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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지음 Sep 09. 2020

차 우리는 시간

컨셉진,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9일차

찌고 덖은 과정을 향과 맛 그리고 색으로 느낄 수 있는 세작. 녹차 특유의 씁쓸한 맛이 적은데도 너무 묽다 느껴지지 않고 그 수색처럼 부드러운 감칠맛이 우려진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70도의 물과 잘 어울리는 세작. 닮아, 그저 은은해서 좋은 시간이다.


길지 않은 시간임에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하다. 작은 움직임들이 사이좋게 모락모락 우러나며 맹물을 옅은 연두빛으로 물들인다. 정성을 다해 곱게 부드러워지는 시간. 차 맛은 마음을 닮아 간다.


없다 어렵다 하면서도 여유라는 게 참 별 건가 싶을 날이 있다. 이렇게 차 한 잔으로도 조용히 비워지는 날이 있다. 입술이 따뜻해지는 찻 잔, 건내준 한 모금, 다독여진 마음들. 꽃 한 송이 담긴 차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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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강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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