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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지음 Sep 11. 2020

스토너

컨셉진,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11일 차

단순히 오랜만이라고 말하기엔 아주 기다랗고 굵은 거리감을 사이에 둔, 그 정도인 오랜만에 소설을 읽고 있다.


‘STONER’


우연히 알게 되었다. ‘잘은 모르지만 바른 사람 같은 이’가 내어준 우연. 덕분에 독서 편식이 심한 나도 궁금해졌다. 무거운 노란색 표지에는 작고 앙상한 풍경을 담은 창이 있고 깔끔한 서체로 제목과 작가의 이름이 쓰여 있다. 꽤 두꺼운 편이지만 무게는 비교적 가볍다.


어젯밤은 웬일인지 남편이 아이에게 책도 읽어주고 재우겠다고 해 내 밤 시간이 생겼다. 소파에 등을 기대 앉아 쿠션을 무릎 아래에 두고 다리를 뻗어 아이 책상에 발을 올리니 제법 편안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뒤꿈치는 조금 아팠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만한 편안함이라 이 자세로 계속 스토너를 읽었다.


묘사가 뛰어난 이야기. 내가 읽은 풍경, 사람, 감정 모두에 대한 묘사가 훌륭했다. 가보지 않아도 가본 것 같은, 만나보지 않아도 만나 본 기분의, 실제 인물이 아닌데다가 전혀 모르는 등장인물의 감정까지 가깝고 선명하게 와 닿았다. 특히 감정 묘사에 감탄했다.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인 단어로 묘사된 감정들은 그림을 구석구석 읽어내는 것처럼 뒤이은 생각을 가능하게 했다. 그 재미에 나는 계속 책을 붙들었다.


어림잡아 육분의 일 정도 읽은 어젯밤. 모락모락 피어난 호기심으로 충분히 조금 더 책장을 넘길 수 있었지만 눈이 아파와 욕심 내지 않고 잠들었다. 아침부터 다음 페이지가 궁금했지만 아쉽게도(?) 새벽부터 일어난 아이가 낮잠 들 때까지는 내 시간을 챙기긴 어려워 지금 다시 펼친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낮잠 자줘서 고맙다 꼬맹아 :)




———

글. 사진     강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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