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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지음 Sep 12. 2020

보통의 토요일

컨셉진,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12일 차

토요일. 아이와 둘이서 집에 머문다. 며칠 전 주원이 오른손 넷째 손가락에 작은 물집이 생겼는데 아마 또 모기의 짓인 듯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는 물집과 퉁퉁 붓는 손등. 항생제 연고를 발라줬지만 결국 노란 진물까지 나와 오늘은 병원으로 시작됐다. 나처럼 선생님도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2차 감염이 된 거 같다며 먹는 항생제를 처방해주셨다. 늘 같은 약. 주원이는 일명 스터키증후군으로 모기에 물릴 때마다 정말 큰 일이 난다.


병원에서 나와 친근한 약국에 들려 약을 처방 받았다. 비타민을 많이 받아 신이 난 주원이 얼굴이 웃었다. 비가 아주 조금씩 내리는 맑고 시원한 날씨. 마지막 코스로 빵집에 갔다. 우리가 사랑하는 쿠아레비. 원래는 거의 매일 들렸지만 코로나 이후엔 한 번에 다여섯개 정도 포장해온다. 오늘도 어김없이 스콘을 넉넉히 포장했고 주원이가 궁금하다고 한 치즈 바게트도 담았다. 종이 봉투 속에서 새어나온 여다른 고소한 냄새는 사이 좋게 섞여 맛이 참 좋았다.

엄마 눈엔 귀여운 사진 하나. 요즘 꼭 이런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집. 주원이는 또 혼이 났다. 아니 나는 또 혼을 냈다. 내 마음대로 기준을 두고 그 횟수가 넘어가면 목소리가 커진다. 어젯밤에도 혼내는 걸로 하루를 끝냈는데 그 모습이 또 이어져 마음이 좋지 않다. 왜 이런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야만 하는지 모르겠다. 아이가 클수록 훈육이 아닌 비난을 쏟아 붓는 거 같아 죄책감이 든다. 마음은 그게 아닌데, 그놈의 마음은.


나는 점심을 먹지 않았다. 내 건강은 내가 챙겨야 하지만 그게 점점 힘이 든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 여기서 더 무거워지고 싶지 않다. 참 미성숙한 엄마.


주원이는 낮잠을 잔다. 그래도 잠들기 전에는 실컷 웃고 잠이 들어 고마운 마음이다. 나는 소파에 앉아 지금까지의 일을 글로 남긴다. 약간의 허기짐을 느껴 아몬드 브리즈를 꺼내왔다. 초코맛.


세시.

한 시간 정도만 더 자줄래?

자상한 엄마로 돌아가고 있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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