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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지음 Sep 17. 2020

주원이의 행복

흐린 날. 비가 올 듯 말 듯 선선한 날씨. 산책은 몸에 좋은 거라고 몇 번의 설득 끝에 집을 나섰다. 기껏해야 5분 거리 근방을 느리게 걷는 것이지만 걷기가 필요했다. 그러고보니 순전히 내 필요에 의한 설득이었네.


빵집에 들러 늘 사던 스콘을 잔뜩 사들고 나와 어김없이 문 앞에서 꼬맹이 사진을 담고 길 건너 아이스크림 가게로 향했다. 그런데 있어야 할 자리에 만두 가게가... 안 나온지 그렇게 오래 됐는지 아니면 그간 신경을 안 쓰고 산책했었는지. 아무튼 없어졌다.


“아쉽다 그치? 다른 곳으로 이사 갔나봐”

“우리집처럼 이사 갔나봐. 아쉬워”

“집 앞에 편의점 가보자”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나오는데 계산대에 놓인 사탕을 계속 쳐다본다.


“저건 언제 먹는거야?”


단골멘트. 사탕은 거의  사주기에 오늘도 그럴 생각이었지만 문득 그냥 사주고 싶었다.  밖까지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귀여운 목소리로 아주머니께 동전이   필요하냐고 여쭈고 나에게  원짜리  개를 받아 건넸다. 그리고 받은 오십  짜리 하나. “이건 오십이야!” 신기한 눈으로 동전을 바라보고 나서 오늘 좋아하는 맛을 골랐다. 오렌지 .


정말 별 거 아닌데 주원이는 오늘치 행복을 다 받는 얼굴이었다. 좋은 기분을 종류별로 얻은 얼굴. 바라보고 손을 잡고 걷는데 덩달아 기뻤다. 주원이의 이로운 기운이 나에게 전해졌는지.


늘 그렇듯이




———

글. 사진      강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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