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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그대에게만 특별한 무엇

아침편지

by 하민혜

안팎으로 불빛이 반짝여요. 경비 아저씨가 부지런히 트리 장식을 했어요. 고요한 나무 위로 별이 내려앉은 것만 같아요. 어려서 산타를 기다리다 보았던 할머니 어깨가 그립습니다.


열 살까진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였어요. 부모님 비중이 작지 않지만 집안 서열이 있고 보니 제겐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커다랗고 특별해요. 어른이라면 그저 탁월하게만 보였던 것 같아요. 무어라도 답을 알 것만 같고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어려서 동물을 무서워했어요. 두려움과 설렘은 같아요. 싫어한다는 건 좋아하는 만큼이나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꼴이지요. 어렸을 때의 저는 누가 보아도 동물을 싫어하는 것 같았어요. 곁을 내어주지 않았고 다가오면 소스라치게 놀랐지요. 속을 알 수 없는 멍한 눈빛이 두려웠어요.


집에 아버지가 강아지를 데려온 날 저는 피아노 위로 올라가 내려오질 않았습니다. 손바닥만 한 강아지가 나를 향해 달려오고 꼬리를 흔드는 게 그리 공포스러운 겁니다. 천장에 닿는 높이에 올라서 몇 시간이고 강아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어요. 이 정도면 지독한 짝사랑과 다름없지요.


맞다, 틀리다, 해라, 하지 마라 말하는 어른이 익숙하고 편했어요. 울고 불고 무얼 달라고 말을 하는 동생도요. 사람 말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 뜻을 꺾으면 그만이라 쉬었어요. 강아지는 속절없이 꽁무니를 따라다니기만 하니 무얼 바라는지 나는 모르겠는 겁니다.


지금은 제 몸만 한 개를 보아도, 허리를 물고 뜯을 만큼 커다란 야생 동물이라도 겁이 나질 않아요. 입밖에 소리 내는 사람의 말에 진실만 담긴 게 아니잖아요. 작은 생쥐나 사람이 다를 게 없음을 알아요. 언제부터는 사람이 짐승만큼 두렵기도 했어요. 이젠 세상의 아낌없는 가능성에 경탄합니다. 보는 게, 들리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에요.


사람은 나쁘고, 말 못 하는 짐승은 가엾다고 말하는 친구가 제 가까이 있어요. 사람이 나쁜 줄은 모르지만 하나는 알아요. 우린 언제고 무언가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한다는 겁니다. 그 가치라는 것이 언제 어디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른데도 아랑곳하지 않아요. 그 순간엔 진실이고 진심이에요.


오늘 그대에겐 무엇이 특별할지 궁금하네요. 따듯하게 다니시길 바라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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