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야밤이 시끄러웠던지 어깨 목이 쑤십니다. 스피노자처럼 사과나무를 심으려 하진 않았지만 평소와 같았어요. 티브이가 없는 이 집에 세상과 연결된 거라곤 핸드폰 하나입니다. 카톡에 나라 망한다, 전쟁 난다, 난리라 찾아 보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계엄 해제를 100% 예상하긴 했어요. 쇼로 끝나리라는 게 명백하지요.
구석에 몰리면 쥐도 물고 할퀸다고 해요. 사람이라고 다를까요. 말도 안 되게 떼를 부리는 아이나 어른이 똑같습니다. 행동을 이끄는 건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라 그래요. 서로가 서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가 여깄습니다. 이해라는 건 이성의 영역이잖아요. 행동은 감정이 주도했으니, 때론 나조차 나의 행동이 이해가지 않는 겁니다. 행동 먼저, 그다음 이성으로 합리화하는 거죠. 그럴싸한 이야기를 스스로 만든다는 겁니다.
해오던 일이 그랬어서 사람 아프고 죽고 하는 소식을 왕왕 들어요. 한창 낙엽이 떨어질 때 주위 사람이 앓고 스러지는 걸 보셨을까요. 겸손하게 땅의 일부가 되려는 몸짓을요.
마침 어제 오래 알던 분에게 전화가 걸려 왔어요. 혼자 정리할 게 많았다고 말해요. 그분의 병명은 구불결장암입니다. 직장을 그만두셨냐고 물었어요. 몇차례 항암 이후 자꾸 꼬꾸라져서 나갈 수 없다고 말했어요. 덧붙이기를,
"아, 내가 정리할 게 많았다는 건 바깥이 아니라 내 안을 말하는 거예요."
그래, 시끄러운 건 내 속이지요. <코스모스>에선 티끌처럼 작고 아름다운 푸른 먼지라는 표현이 나와요. 그 작디 작은 곳에서 우린 울고, 웃고 죽고, 죽이며 살아갑니다. 찰나 같은 생이예요. 다 같이 코미디를 찍는 걸까요.
사랑하기만도 짧다는 건 말 안 해도 아실 거예요.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기분 좋은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내내 기분이 들뜨고 좋다면 병원에 가보셔야 합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맞아요. 울고 웃고 화가 나고 번갈아야지요. 지금 그대가 느끼는 마음이 옳아요.
우리, 따듯하게 다닐까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