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크리스마스이브예요. 잘 잤나요? 세상모르고 잠에 들었고 이제 눈이 말똥 합니다. 시작도 끝도 물음표예요. 언제 꿈에 빠졌는가, 깨어났는가 알 수 없네요.
매트 앉아 몸을 굴리는데 속이 득실득실, 수런스러워요. 고양이는 무어를 진단하듯 그런 저를 빤히 올려다봅니다. 녹슨 골반과 허리를 둥글게 말았어요. 내가 고양이인지, 고양이가 나인지 모르겠네요.
요가에는 비둘기니, 고양이니, 사자니 동물 이름을 붙인 자세가 많아요. 쓰는 물건에도 동식물의 형상을 본뜬 게 대부분이지요. 모습만 닮은 게 아니라 그들에게서 부단히 삶의 지혜를 얻어 왔어요. 은혜를 금세 잊고 마는 우리와 다르게 자연은 한없이 자애롭지요.
되갚을 길이라곤 오늘을 살아가는 것뿐입니다. 보일러를 낮추거나 계단을 오르며 감사를 읊조리기도 해요. 에너지를 덜 쓰는 것이 제 나름의 감사 표시입니다.
삶에 죽음이 필연이듯 12월이 그렇지요. 오늘이 소중한 걸 자꾸 잊어버리니까요. 마침표를 찍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끝을 여미지 않아도 봉실봉실 매일 새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아 얼마나 좋을까요.
걷는 길이 우둘투둘 자갈길이면 자칫 발에 피가 날 수 있어요. 폭신한 모래사장이면 어떤가요. 발가락 사이를 파고드는 모래가 걸리적댑니다. 붉은 꽃길이라면 벌레들이 소란스러울지 몰라요.
오늘을 불평하기로 청한다면, 불만하기를 진실하기로 약속하면 어떨까요. 우린 내가 걷는 길에 불리한 점과 부족한 점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어요. 나와 너를 흠잡기로 작정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생각은 풍경과 무관해요. 정말은 모래 묻은 발가락이 문제가 아니지요. 사람을 대할 때, 세상을 대할 때에 나의 관점 그리고 태도의 문제입니다.
'반드시' 잘못됐다고 여기는 상황이면 고개를 비스듬하니 툭, 내려 봅니다. 내가 지금 바로 보고 있다고 믿지만 정말일까, 의심하는 거예요.
그대가 걷는 길은 한 생각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음을 잊지 말아요. 만나는 사람도, 벌어진 일도 전부가 그래요. 메리 크리스마스! 행복한 이브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