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성탄절 아침입니다. 별 일이 없는데 기분이 좋아요. 명상하면서도 심신이 편안합니다. 어제 좀 바빴던지라 눈이 끔뻑거리는 걸 놓고는 상쾌한 느낌이에요.
이유 없이도 감정이 오르고 내리는 것을, 심장이 뛰는 것을 목도합니다. 올라오는 생각 하나하나 천방지축이에요. 이 몸 마음이, 생각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알 것 같아요.
어제 아는 사람 하나가 고소 공포증을 말해요. 바닥을 유리로 만든 곳은 한 발을 내딛지 못한다고요. 밖이 훤히 보이는 엘리베이터에선 다리가 떨린다고 해요. 곰곰 듣다 말했어요. 전생에 떨어져 죽었나 보다고요.
요가엔 왕의 자세라 말하는 '머리 서기'라는 게 있어요. 그대로예요. 머리에 발이 달렸다 생각하고 일어서면 그만입니다. 머리 서기를 할 때 저는 알 수 없는 공포감이 들어요. 하도 꽈당 떨어지니깐 언젠가는 아, 나는 언젠가 거꾸로 매달려 죽었나 보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농담입니다.
'내 몸이 가능한 만큼만 하라'는 말을 요가원에선 참 많이 합니다. 옆에 십수 년을 수련한 분이 머리로 서서는 다리를 학처럼 찢고 있더라도 성급하지 말라는 거예요.
몇 달이 지나 머리 서기에 성공했어요. 한참 시도 안 해도 이젠 어렵지 않아요. 우리 몸이 이래요. 한 번 한계를 넘으면 바로 그 지점을 기억한다고 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수십 번 넘어졌어도 한 번 성공하고 나면 수월해지잖아요. 머리 생각엔 또 흔들거릴 것만 같지만, 몸은 한번 도달한 곳을 결코 잊지 않는다고 해요.
어떤 연유인지 몰라도 다른 이에겐 쉬워 보이는 일이 내겐 그러지 않을 때가 있어요. 매번 요가원에서 저는 그러한 무력감을 만납니다. 생각 같아선 꼿꼿이 허리를 세웠는데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아요. 다리를 높이 뻗어 올린다는 게 허리 아래에 머무는 식이에요.
이따금 요가원에서 한계를 뛰어넘는 나를 만나기도 해요. 고통스러운 순간이면 호흡으로 마주하고 안아 줍니다. 시도를 멈추지 않고 한번 더, 한번 더라고 속에 말해요.
언제나 멈춰있을 수 없잖아요. 감사한 마음으로 연말을 마무리하고, 새해에 걸맞게 새로운 도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성탄절 보내시길.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