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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마음을 닦는 오늘

한 해동안 감사했어요.

by 하민혜

한 해의 마지막 날이네요. 새벽은 몸에 집중했어요. 간밤에 꿈이 눈썹 위로 어른거려요.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고양이가 등장해요. 그럴싸하죠?


꿈을 내가 만들었음을, 깨고 나면 알잖아요. 여기 현실을 내가 만들고 있음은 언제 알 수 있을까요.


일하다 불쑥 옆에 사람이 SNS 하는 사람을 한 통에 넣고 비난했어요. 한창 시끄러운 세상이라 다양한 견해가 드러나잖아요. 말이 길고 보니 병원에 입원한 것, 장례식장에서 사진을 찍어 올리는 일에 대해 힐난이 이어졌어요.


아픔도 슬픔도 전시장에 걸고 보면 별 게 아닌 듯 느껴지죠. 무게가 가벼워집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이 느낌이 무언지 알아요. 명상하면서도 알아차리고요. 제아무리 재앙이라도 떼어놓고 보면 덜 심각해요. 타인의 고통과 나의 고통은 다르지 않습니다.


몸이 찢기고 너덜거리는 영화를 보고, 비통한 소설을 읽을 때를 생각하면 쉬워요. 한창 세계가 전쟁으로 몸살을 앓을 때에도 전쟁 사진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고 해요. 실감 날수록, 생생할수록 사진과 영상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아요. 쉽게 잔인하고 적나라해야 더 많은 사람이 소비했다는 뜻이에요.


타인의 고통이 오락 거리라면, 나의 고통은 다를까요?


병원에서 사진을 올리건, 가족의 장례를 치르며 게시물을 올리든 그 사람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가늠할 수 없어요. 고통이 가짜라거나, 가족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할 수 없습니다.


실은 공감을 바라는 거예요. 내가 이렇게 아프고 슬픈데, 위로해 주세요. 공감해 주세요,라고 호소하는 거죠. 동정과 성의를 바라는 게 어때서요. 단지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그 마음이 너무 커지면 언짢은 행동을 하게 됩니다. 반대로 그 마음을 극도로 미워하고 없애려 들수록 주변에 그런 사람이 많아질 거예요. 가족이나 가까운 곳에 그런 사람을 보며 눈살을 찌푸려야 하죠.


세상은 거울이에요. 내 마음 하나가 눈앞을 비춥니다. 아침은 요가원에 가고 출근해요. 1년 동안 함께라 따듯하고 행복했어요. 제 복과 행운을 담아 건네요. 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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