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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안이 그러하듯 밖이 그러하다

아침편지

by 하민혜

안녕요. 새해가 시작하고 세 번째 날이에요. 삼신할머니부터 맹모삼천이니 삼세판까지, 우린 숫자 '3'을 좋아하나 봐요. 미국인은 1과 2를, 중국에선 8,9를 선호한다고 하지요. 저도 괜히 숫자 '3'을 보면 다정하게 느껴지긴 해요.


'다정하다'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정이 많다는 거예요. 어려서 다정한 남자를 이상형에 두었던 적이 있는데, 저는 다른 의미로 이해했던 것 같아요. 친절하고 사려 깊은 태도를 구했달까요. 정이 많다고 반드시 말이 부드러운 건 아닌데 말이죠.


문득 생각이 났는데요. 사랑이 식었냐거나, 내가 싫어졌느냐는 말을 저는 상대에게 해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상대로부터 그런 식의 말을 들어봤어요.



내 배를 갈라서 내어줘도 아깝지 않은 자식도 예뻤다가 미웠다가 해요. 연인이라고, 배우자라고 어떻게 한결같이 좋은 마음만 느낄까요. 당연히 밉고 싫고 귀찮을 때가 있고, 그게 자연스러운 거죠. 그걸 예의라고 감추고 숨기기만 하면서 가식적인 관계로 지내야 할까요?



이혼한 건 맞지만 지금도 웃으며 대화를 나눠요. 거기에 가식은 없습니다. 진심으로 상대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내내 함께인 부부라도 존중과 배려가 없을 수 있지요. 중요한 건 헤어지느냐, 마느냐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해요. 둘이 하나였던 날들과 다시 둘이 돼서도 서로에게 감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결국 오늘을 살아가기 때문이에요. 마음에 들은 것이 원망과 죄책감이면 같이 살든, 떨어지든 내가 행복할 수 없어요.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상대를 탓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물론 내 탓도 아니고요.



저라고 서운할 때가 왜 없겠어요. 사랑이 식었다는 표현은 식상하지만, 그 마음 뭔지 알아요. 묻고 싶은 건 그럼 나는 상대를 마냥 좋아라만 하냐는 겁니다. 사실 좋다, 싫다는 건 어디까지나 생각이지요. 내 생각이나 감정은 상대가 아니라 내 마음이 원인이에요. 그러니까 이 마음은 내게 이유가 있지, 상대에겐 없어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어요. 모든 인연이 그렇고, 오늘이 그래요. 생생하게 깨어 있는 하루면 좋겠어요. 감사만 남을 수 있도록, 어떤 상황에든 내가 행복할 수 있도록 이 감정의 책임을 남에게 넘기지 말기로 해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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