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무젖은 습관으로 새벽을 만나요. 기특하고 고맙습니다. 건강을 해치는 버릇은 여전해도 버티고 선 몸이 고맙잖아요.
명상하려면 고양이 셋이 이 사람을 에워쌉니다. 하루이틀은 아니에요. 저 딴에는 반갑고 좋아서 붙는 모양이에요. 하는 거라곤 슬쩍 제 몸을 기대앉아 있는 것뿐이에요. 눈을 감고 앉아 있으면 발 한쪽이, 엉덩이 한쪽이 얼룩덜룩 따듯합니다.
서로의 체온에 기대기 좋은 계절이에요. 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려는 모양이지요. 핫팩 같은 고양이를 끼고 앉아 감사한 사람에게 편지를 쓰기 제격입니다.
오늘은 그래, 내내 감사를 말하고 사랑을 외치는 제 이야길 해볼까요.
어려서 책을 자주 읽진 않았어요. 엄마 책장에 꽂힌 책에 호기심은 있었지만, 그저 삶의 고명 정도였지요. 한 번 꺼내 읽었던 책이 선명한 건 지금의 삶이 있는 연유인지 모르겠어요.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라는 책이에요. 처음 몇 번은 서서 읽다 결국 조구려 앉아 끝까지 읽었던 기억이 나요.
20대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장사를 했습니다. 아침 장사만 있던 것이 아니라 밤 장사도요. 서점에 들러 책을 사서 읽었습니다. 같이 읽은 책으로 이야기를 나눌 때면 템포가 올라갔어요.
30대는 육아와 살림에 전념입니다. 아기가 4살이 되고부턴 직장을 다녔어요. 아이들과 부지런히 밖으로 돌았어요. 이따금 휘청대는 어깨를 모른 체했어요. 처음은 몸으로, 다음은 마음으로, 실제 같은 문제 상황이 연속해 일어났어요. 삶이 따귀를 때린 건 분명하지만, 당하는 역할을 자처했던 것도 맞아요.
아, 처음으로 글을 몽땅 지우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짧게 요약하고 보니 보잘것없어요. 남은 생은 읽고 쓰는 사람이고 싶어요. 아침 편지로 매일 나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셈입니다. 이 집의 가장이면서 엄마이긴 하지만, 문제가 많은 사람이지만. 부족한 나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고 선언하는 거예요. 살며 한 번도 그래본 적이 없어서요.
12월 끝자락까지 잘 왔네요. 날은 찬데 가슴은 따듯해요. 그대 덕분입니다. 남은 한 해동안 우리, 역할 놀이에 심취하지만 말고 하고 싶은 일에도 시간을 내는 건 어떨까요? 늘 감사해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