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아침 편지

그냥 싫은 걸

아침편지

by 하민혜

오늘 새벽은 반짝이네요. 유난히 마음이 맑은 날입니다. 체온을 베고 있던 몸을 접어 일어날 때부터 남달랐어요. 금요일이라 그런가, 어쩌면 간밤에 꾼 꿈이 이유인지 몰라요.


아이들이 양쪽에, 저는 그 가운데에 누워 잡니다. 이젠 키가 150이 돼 가는데 15개월에 가까운 아기들 같아요. 다리고 팔이고 엉겨 포박당해요. 말 그대로 빽빽하게 붙는 거예요. 그래, 좀 있으면 떨어지려니 내버려 두지요.


불편한 사람을 만났어요. 붉은 잇몸이 허옇게 질리도록 말을 뱉는 사람이에요. 가능한 한 멀리 두고 싶은 이유를 물으면 한없이 떠들 참이에요. 벌건 햇볕 아래 그 마음을 들고 보니 알겠는 거예요. 싫은 이유가 먼저가 아니라는 걸요.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요. 길에 걸으며 화려한 꽃만 보지 않잖아요. 굴러다니는 돌멩이나 찢긴 낙엽, 성근 나무를 저는 좋아합니다. 만일 그대가 좋은 이유를 말하라면 줄줄이 읊을 수 있어요. 말을 잘해서 좋은데 말실수를 하는 걸 보면 또 좋아요. 세련되서 좋다더니 낡은 운동복을 걷어올린 모습도 멋있어요.


그런 거예요. 이래 좋고 저래 좋은 게 아니라 그냥 좋은 겁니다. 좋고 보니 이것저것 좋아요. 싫어도 마찬가지예요. 느낌이 먼저고 이유는 나중입니다.


합리화하는 걸 알지 않으면 목록은 무수히 늘어요. 좋든 싫든 '느낌'일뿐이지 상대를 미워할 필요는 없지요. 이래 저래서 싫은 게 아니라 그냥 싫은 거예요.


무심하고 평온해도 좋고 싫음이 있어요. 살을 더하려는 생각을 알아차릴 뿐이에요. 그즘 가볍습니다. 앞에 여전히 싫은 사람과 함께라도 편안해요.


살을 더하지 않으면 엉겨 붙지 않아요. 끈적이던 마음은 금세 보송해집니다. 좋든 싫든 느낌일 뿐이에요. 거짓은 아니지만 진실도 아닙니다. 느낌은 바뀔 수 있기 때문이에요. 여지를 줘야 이 마음도 숨을 쉽니다.


오늘도 좋고 싫고 할 거예요. 얼마든지요. 붙들리거나 잡지만 마세요. 믿거나 말거나, 느낌에 이유를 자꾸 더하면 살찝니다. 그거 몸 마음에 해롭다는 말이에요. 즐거운 금요일 보낼까요? 목, 어깨 한 번씩 돌리고 내려 주시고요. 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감정에 속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