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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감정에 속지 마세요

아침편지

by 하민혜

새벽 명상하는데 여간 시끄러웠어요. 숨을 마시고 내쉬면서 지금 여기,라고 속에 말하고 나니 잠시나마 고요해집니다.


한 사람의 행복과 불행을 말할 때 비교 대상이 필요하지요. 내가 행복한가를 물을 때에 언제나 특정한 기준이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에요.


내가 괜찮은 사람인가, 아닌가를 따질 때에도 마찬가지지요. 잘 살고 있는가, 그렇지 못한가를 고정하려 해도 기준이 필요한데요. 그 대상은 언제나 밖에 있습니다. 곰곰 따져 보면 삶의 주인이 바깥에 있는 셈이에요.


주인의 사전적 의미는 책임을 가지고 이끌어 가는 사람이에요. 다른 말로 '임자'라고도 부른다 해요. 내 삶의 임자가 어지러운 밖에 있다니, 들쑥날쑥 달라지는 세상에 기준을 둔다니. 행복이 요원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이만하면 행복하다는 말에는 함정이 있어요. 이만해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진실입니다. 세상이 말하는 행복과 자유를 향하면 손을 뻗고 뻗어도 닿을 수 없어요. 결국 내가 부족해서, 특정한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서 자유를 누릴 수 없다고 믿게 됩니다. 그야말로 헛다리를 짚는 셈이에요.


정작 자유가 없다고 느끼는 이유는 삶의 기준을 밖에 두었기 때문인데요. 한 사람의 삶이 (매번) 달라지는 사회의 기준에 묶인 참입니다. 중요한 건 거기 나를 묶는 것이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거예요.


"요즘 사는 것 같지가 않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것 같고."


친구가 말했어요. 그래 제대로 한다는 건 무엇을 말하는지, 나는 나에게(삶에게)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는지 질문해야 해요. 나를 괴롭히는 건 오직 나 하나예요.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 때 그런 나를 깎아내리거나, 무얼 또 열심히만 하려지 말고 그 느낌을 관찰해 볼까요.


'진짜 나는 불행한가', '내가 가지려는 행복은 무엇인가.' 묻는 겁니다.


추궁하거나 파헤치자는 거 아니에요. 내 안의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어요. 무얼 새로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원래 있던 것을 발견하는 겁니다.


금요일입니다. 라방은 가능할지, 안 할지 모르겠어요. 21번째 밤편지를 보내는 날이에요. (매주 금요일 이메일에 발송하고 있어요.) 살아가는(사랑하는) 그대의 오늘이 행복하면 좋겠어요. 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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