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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편지를 건네는 마음

아침편지

by 하민혜

멀리 친구가, 가족이 아침 편지를 읽고 있다는 걸 알아요. 어디에도 다녀간 흔적을 남기지 않지만 매일을 읽고 있다는 이야길 종종 듣곤 합니다. sns를 유령처럼 다녀가는 분도 많지요. 제 주변이 그래요. 사실 제가 sns를 할 만한 타입은 아닙니다.


문득 이렇게 피드를 보자니 단조롭고 단순해요. 제 삶이 그렇고 모습이 그래요. 글이라고 다를까요. 특별한 이야기가 없음에도 매일을 써 내려가는 게 신기할 따름이지요.


우연히 지인과 이야길 나누는데 말한 적 없는 제 소식을 알고 있더라고요. 어찌 아느냐, 물었더니 아침 편지를 읽고 있답니다. 알게 모르게 이곳을 바라보다니 뭉클하더라고요. 관심은 사랑이잖아요.


편지 쓰기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변화를 주고 싶은 생각은 이따금 들곤 하지만요. 무엇에든 권태를 잘 느끼지 않는 편이에요. 불타오르는 마음이 쉭, 꺼진 느낌을 왜 모를까요. 저 역시 짓무른 마음을 느껴본 일이 있어요. 한데 활활 타오르든, 꺼진 숯덩이에 연기가 피어오르든 관계없어요. 깊은 뱃속에 신념이 들어서요.


흔히 감정 기복이 없다는 말을 듣곤 해요. 정말은 흔들리는 기분 따라 행동하는 일이 더 힘들 것 같아요. 오락가락하려면 체력도 필요하고요.


버틴다고 예전에는 생각했어요. 삶을 내가 버티고 있다, 나는 견디고 있다.


가면 갈수록 도리어 삶이 나를 지탱해 주고 있음을 깨달아요. 나를 괴롭히는 건 오직 나 하나뿐이라는 것도요.


우리가 원하는 건 늘 타인에게 있어요. 나는 나와 이 삶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바라고 꿈꾸며 살아요. 돈이 없으면 없는 현실 그대로, 남편이 없다면 없는 대로 나는 정말 행복할 수 없는 건가요?


삶의 모든 노력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에요. 단지 끊임없이 무얼 추구하며 살아가는 나를 한 번은 의심해 보자는 겁니다. 지금 이대로 행복할 수 없는 건지, 가야 할 곳이 진실로 어디인지를요.


어제 강연 공지를 올린다 놓고 저녁이 늦어 미뤘습니다. 오늘은 올라가려니 관심 있게 봐주세요. ^^ 1월 16일 목요일 밤 8시 반이에요. 자세한 내용은 오후 공지에서 확인해 주세요.


겨울 중 가장 추운 때인 '소한(小寒)'이에요. 다음 절기는 대한인데,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는 속담이 있지요. 작은 고추가 매운 게 참말입니다. 따듯하게 여미고 다니셔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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