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음양탕을 마신다고, 일전에 말했지요. 따듯한 물에 죽염을 조금 넣고 절반은 차간 물을 채워요. 미적지근해 괜찮아요. 석 달은 넘은 것 같은데 좋은 줄 몰라도 적당해 마시기 편해서요. 검색해 보면 당근의 효능처럼 이모저모 좋은 점이 많아요.
가만 보니 지천에 치료 약이 널렸어요. 좋아하는 숲에 널린 이름 모를 풀도 그래요. 언젠가 약초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정말은 발에 차이는 온갖 풀들에 모두 쓰임이 있더라고요.
해로운 습관이 많은데도 오늘을 사는 것은, 먹는 재료가 나를 도왔는지 몰라요. 병 주고 약 주는 셈이지만요. 그럭저럭 몸을 움직이는 게 저는 신기하고 감사할 때가 많아요.
제 어깨와 팔을 쓸어내리며 엄마가 종종 말씀하십니다. 이 작은 몸으로 애를 둘을 뽑았으니, 라고요. 뽑았다는 표현이 신선하죠. 의미를 알면서도 저는 내내 인형 뽑기가 떠올라서요.
엄마는 병약한 건 아니지만 체력이 적어요. 마치 온실에 들은 백합과 닮았어요. 부잣집 딸로 대우받았다는 건 아니에요. 여태껏 바깥에 일한 적이 없고, 돈이 적으면 적은 대로 사셨어요. 복닥거릴 마음이 없으신 거예요. 마치 수행하는 사람 같기도 해요.
화려하지도 않고 들떠 있지 않아요. 옆에 앉으면 꽃향기가 나는 것만 같아요.
머무는 엄마와 노상 나다니는 딸의 조화가 재밌지요. 반기를 드는 것은 아닌데 저는, 집안일이고 바깥일이고 늘 법석을 떨었어요. 정답이 있을까요? 내게 주어지는 삶을 살아가는 거지요.
일을 벌이기를 잘하는 건 꼭 네 아빠와 닮았다고, 엄마가 말해요. 식탁엔 종지 그릇이 필요하고 대접도 요긴하잖아요. 숟가락, 젓가락은 무엇도 담지 못한다고 내칠 게 아니라 각자 역할이 있는 겁니다. 모습이 다르지만 무엇 하나 초라하지 않아요.
잠시 지난 제 편지들을 읽었어요. 매일 한 호흡으로 쓰는 줄 아셨을까요? 딴짓 많이 합니다. 읽으면서 연하게 커피도 내렸어요. 고소한 향이 얼굴에 번진 참이에요.
내 삶이 어떠했다, 어떻다는 건 마치 소설을 읽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 생생한 '꿈'과도 같고요. 오늘을 살고 있다면 그저 잘 해내신 거예요. 잘 살으셨어요.
늦은 저녁 글로(glo)에서 강연이 있어요. 얼굴 보려니 마냥 좋아요. 맑은 아침이시길, 그대 모습 그대로 당당한 오늘이시길.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