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울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봄밤 <김수영>
바닥에 떨어진 작은 은행나무 잎을 주워 손바닥에 올렸다. 새끼손톱만도 않은 그의 몸이 마치 요절한 목숨을 떠올리게 한다. 아직에 한참 자라나 누렇게 물들이고 겨우내 떨어져야 할 법인데 어째서 떨어지고야 말았는가. 머리로 생각한다는 것이 그만 입 밖으로 나와버렸다. 거센 비바람에 손을 놓았겠지, 하고 옆에 가는 사람이 답을 건넸다. 그렇담 버티고 붙은 나뭇잎들은 좀 더 강인하다고 판해야 할 것인가. 어릴 때 교통사고로 죽은 친구와 아파트 난간에 헛디뎌 목숨을 잃은 친구가 번갈아 생각이 났다. 숱하게도 많은 이들이 불의의 사고로 생명을 떨구고야 마는데 그 원인을 바람이니 운명이니 하는 의식으로는 헤아릴 수 없음이다. 지극히 나의 입장에선 신의 멱살이라도 잡고 막무가내 따지고 싶은 일도 일어나니까.
몸을 떨군 가여운 나뭇잎은 아기 살처럼 보드랍다. 갓 피어난 연둣빛은 생명의 시작을 느끼게 했다. 가엾다고 여기는 나의 생각은 오로지 의식에서 솟아나는 일종의 자기 해석에 불과할 것이다. 한 나뭇가지에 달린 수많은 잎들에 그저 자리를 비켜야만 했을지 모를 일이다. 하나의 몸통에서 나온 잎들은 제가끔의 속도로 여물고 그 몸을 키우지만 그들은 모두 하나의 생명 안에 속해 있다. 누가 더 곱게 물드는가, 조금이라도 더 부드러운 곡선으로 부채 양을 만들어내는가는 수군거리는 가치이자 불안이려나. 땅밑에 올려보는 내게 그것은 그저 나무 안의 한가로운 생애일 뿐이다. 기어코 떨구는 생명에도, 조금 더 각색해내지 못해 안달 난 마음에도. 기필코 탄생한 잎들은 하나의 운명 앞에 선다. 봄이건 가을이건 반드시 떨어지고야 만다는 것. 이는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일 뿐 나무 입장에선 서로가 서로를 다르게 분별하는 것조차 서먹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