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 때마다 조금씩 내가 된다>
캐서린 메이
◎저자 : 캐서린 메이
◎출판사 : 웅진 지식하우스
◎발행일 : 2022.11.28
"인생에 대해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작가"라는 찬사를 받는 에세이스트 '캐서린 메이'의 책을 구했습니다. 이전에 출간되었던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는 읽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에세이를 잘 읽지 않는 편입니다. 찬사를 받는 에세이스트의 책은 간간이 구해 읽기도 합니다. 솔직히 말해 어떤 글에 사람들이 감응하는지가 궁금해하며 만났어요. <걸을 때마다 조금씩 내가 된다>는 375 페이지로 여백도 없다시피 빼곡하게 글이 있는 편에 속합니다.
우연히 라디오를 듣다가 저자 자신이 '아스파거 증후군(자폐 스펙트럼)'이라 의심하고 확신에 이르기까지의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결코 가볍지 않지요.
나는 나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변모의 열기로 가득 찬 상태에서 이 책을 썼다. 그리고 깨달았다. 여태껏 나 자신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위해 만들어진 삶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려고 애썼다는 것을. 그리고 그로 인해 자주 역겨움을 느꼈다는 사실을. 그리고 마침내 스스로를 더 잘 돌보아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나는 고치거나 교화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고, 그러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녀가 말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은, 그 어떤 증후군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이었습니다. 소통의 어려움, 화산이 폭발하 듯 하얗게 타버리는 느낌, 타인을 신경 쓰느라 자신을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하는 듯한 괴로움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1부 걷기로 하다
2부 받아들이다
3부 다시 일어서다
굵게 칠해진 각 부의 제목이 가슴을 울립니다. 그녀는 불현듯 서머싯의 마인헤드에서부터 해안길을 따라 장장 8개월을 걷기로 결심을 합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20킬로가 넘는 길을 오르고 내리며 걸어야 했죠. 망할 놈의 변태 언덕은 끊이지 않고 눈앞에 그 위용을 드러냅니다.
"이렇게 지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궁리 좀 해야겠어" 내가 말한다. "에너지가 방전된 게 이번이 두 번째야." "그냥 체력이 문제지, 뭐."베시가 말한다. "너는 그래도 끝까지 갈 거야."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방법을 잘 모르겠다. 어쩌면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어쩌면, 철인 3종 경기와 심야 사이클링이 그렇듯 이걸 하는 목적은 우리의 삶에서 관리할 수 있을 만한 작은 위기의 순간들을 일부러 겪어보기 위함인지 모른다. 언젠가 주체할 수 없는 일들이 밀려와도 대처할 수 있게 말이다.
이런 게 내가 걷는 이유가 아닐까? 어느 정도는 제멋대로 엉뚱하게 굴고 나만의 생각 속으로 도피하는 것이 허용되니까
뚜렷한 목적 없이 무작정 걷기로 결심하고 실행하면서 내면에서 벌어지는 성찰들에 대해 차분히 독백을 뱉어냅니다. 그건 마치 글을 쓰는 이유와 같았고, 삶을 살아가는 동안 겪는 일들과도 같았어요. '임프린트'는 인간이 사육한 맹금을 말하는데요. 다른 맹금들과 달리 임프린트는 자신의 공동체를 인식하지 못한다고 해요. 길들이기가 가능하지만 손이 많이 가는 새죠. 그녀는 자신을 스스로 임프린트라고 말합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이라던지 여러 행동 양식에 대해 남을 모방하고 있다고요. 결국 그녀의 의심대로 자폐 스펙트럼(ASD)을 진단받는 것으로 책은 끝이 납니다.
"완치가 어렵다는 건 아시겠죠."
"알고 있어요."
"그래도 충분히 도움을 드릴 수는 있어요. 할 수 있는 건 많습니다."
"그냥 다시는 파티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해 주세요."
"아니요, 회피는 절대 권하지 않아요. 그보다는 조정이 필요하죠, 분명히."
조정.
나는 생각한다. 이제 그것이야말로 내 인생의 이야기다.
-373P-
그녀는 본인의 진단명 때문에 불편하다지만 진단이 없이도 그 느낌이 무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모르는 이들이 가득 들어차있고 억지 미소를 짓는 가운데, 기름처럼 둥둥 떠오르는 나를 본 일이 있어요. 우리 모두는 알고 있지요. 삶에 있어 회피란 권해선 안된다는 것을요. 그녀의 서사를 만나 어려움에 대처하는 방법을, 내가 살아가는 방식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따금 펼쳐볼 글귀들도 제법 옮겨 적었어요. 전반적으로 우울한 느낌이 강했지만 분명 캐서린 메이의 글을 만나볼 가치가 있었습니다. 삶에 문제는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요?
>> 삶의 문제를 회피하는 데 익숙한 사람
>> 현재 어떤 일로 괴로움을 겪고 있는 분
>> 잔잔한, 그러나 메시지를 담은 에세이를 읽고 싶은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