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지 않는 디자인>을 읽고

브런치 수상작

by 하민혜



◎저자 : 숀 Shaun


◎출판사 : (주)행성비


◎발행일 : 2023.05.30



처음 표지와 제목을 보았을 때 그다지 흥미가 일지 않았다. 누구나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세상이지만 어쩐지 나에게 디자인이란 멀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현업에 20년 가까이 종사했다는 저자 소개를 읽으며 나와 공통점이라곤 조금도 찾을 수 없었다. 이 책이 내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기대없이 목차를 살폈다.



01. 디자이너의 감각
- 편견과 오해를 바탕으로 디자인하고 있지 않나?
02. 디자이너의 생각
- 더 나은 디자인을 위한 고민을 하고 있나?
03. 디자인 현장
- 현업에 파묻혀 기본을 잊고 있지 않은가?
04. 디자인 안목
- 함정에 속지 않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가?
05. 다음 단계를 위한 디자인
- 디자인으로 무엇을 바꾸고 있나?
숀Shaun <늘지 않는 디자인>


이전에 큐레이터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나름의 고충과 장단점을 세밀하게 알 수 있었다. 디자이너 역시 조금의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는 업이라, 대략 비슷하려니 싶었다. 한데 프롤로그에서부터 머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고난을 우아하게 뛰어넘을 수는 없다.
아무리 훌륭한 사수와 디렉터 그리고 명확한 목표가 있다고 한들 실력의 한계는 언제나 찾아온다. 나는 그 한계를 디자이너의 고난 지점이라 부른다. 고난을 이겨 내면 다음 단계로 성장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자괴감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감 또한 곤두박질친다. 고난은 우리가 목표를 이루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퀘스트 같다. 목표를 위해 퀘스트를 거쳐야 하는 건 인생 불멸의 진리다... <중략> 스스로 올라올 수밖에 없다. 뒤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끌어줄 수는 있어도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일은 자신의 몫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출간을 도와주는 에이전시에 들어갔다. 그림을 그려주고 방향을 가늠해 주는 게 그들의 몫이다. 중요한 역할이지만 목표를 세우는 일과 실력의 한계는 개인의 몫이다. 목표가 높을수록 자기 자신의 현재 능력과 벌어지는 격차가 클 수밖에 없다. 눈에 보이는 성취를 가지려 할 때 분명 지금 나의 능력으로는 당치 않는 것을 목표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매일 출근하기, 처럼 지겹고 힘들어도 이미 하고 있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일 수는 없는 법이다. 목표를 향해 걸어갈 때 마주하는 건 언제나 자신의 한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각오할 주제를 갖춘 사람만이 나아갈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직관으로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논리를 갖춰 증명하는 데 수년이 걸렸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증명하는 도구로 수학을 사용했다.. <중략>.. 원리를 모르고 같은 일을 반복해도 감은 생긴다. 무엇이든 계속 반복하면 몸에 익는 법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원리를 설명할 수 없고 다른 일에 응용할 수 없다. 원리를 설명하지 못하면 전문성을 주장할 수 없다."
39p



'감'은 단순히 어떤 느낌을 말하지 않고, 그간의 경험을 말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우리가 누군가의 감을 믿을 땐 정말은, 그 사람의 경험, 능력을 믿는 거라는 말이다. 나는 독서를 하고 독서 모임을 3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참석했다. 직접 모임을 꾸려보기도 했다. 함께 책을 읽고 나눈 지는 오래지 않았대도, 읽고 좋았던 책을 선물하는 일은 20년 가까이해 온 일이다. 놀라운 것은 우리가 글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머리로 이해를 하면 '아 이거, 다 아는 내용이야. 뻔한 내용이네.'라고 말하는 지점이었다. 행동하지 않는 것은 모르는 것과 같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더욱이 저자처럼 다른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고, 책을 낼 수도 있을 때 그것을 '안다'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남을 재단하고 함부로 말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를 너무 몰라서라고 생각한다. 내가 얼마큼 머리로 이해하느냐보다는 실행하느냐 않느냐가 결국, 나의 태도이고 삶이 된다고 믿는다.



"디자인을 할 때 객관성이 중요한 이유는 개발하는 사람의 관점을 벗어나기 위함이다. 개인이나 조직의 취향을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고 검증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 바로 논리력이다. 당신의 취향을 반영할 것인가, 아니면 사용자의 요구를 반영할 것인가? 디자인은 사용하는 사람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하는 사람이나 조직이 객관성을 잃으면 사용자를 잃는다."
56p



관점이란 보는 방향, 위치를 말한다. 디자인만이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자신의 관점을 인지하고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자신의 관점을 벗어나기 위해 논리력을 갖춰야 한다며 그 방안을 제시한다. 그건 바로 당연한 일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것이다. 사람이 날 수 없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라이트 형제는 왜 날 수 없는지를 고민했다. 관점을 벗어나더라도 사고력이 부족하면 더는 전략을 도출할 수 없다. 저자는 사고력을 갖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정보의 총량, 정보의 분석과 해석 능력, 해석을 바탕으로 본질을 파악하는 힘에 차이가 있다고 본다.






"나는 꼬리의 꼬리를 물고 깊게 질문하기를 좋아한다. 하나의 검증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답변하는 사람의 생각은 체계적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의 생각은 단편적이다. 체계적인 생각이 가시화되고 완성될 가능성이 높다."
69P



'숀 Shaun'은 일단 넓게 생각하고, 좋은 것을 선택해 깊이 파고들라고 말한다. 그릴 수 없는 생각은 구체화된 게 아니고, 말로만 존재하는 생각 역시 좋은 생각이 아니라 했다. 책과 강연의 모토인 '추상에서 구체로'가 얼른 떠올랐다.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직접 적으면서 하나의 키워드 또는 문장, 이미지로 정리하라고 첨언했다.



철학은 성찰을 통한 성숙
"방향을 못 찾고 방황하는 이유는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목표가 없을 때 철학은 목표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어떤 시련에도 지속할 수 있는 신념 또한 갖게 해 준다."




책에 사이먼 사이넥의 골든 서클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TED 강연에서 사이먼 사이넥을 만났다. 그 후 <Start with why>를 들고 독서 모임을 갖기도 했다. 우리는 무언갈 시작할 때, '어떻게'를 주로 생각하기 쉽다. 내가 영업 소장으로 일할 때에도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실적을 올릴 수 있을지에 매달렸다. 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얼마만큼 상품에 확신을 갖고 있는지가 핵심이다는 메시지를 주려고 노력했다. 실제 내가 실적이 높았던 경우에도 고객은 'why'에 주목했다. 내가 영업 일을 왜 하고 있는지가 스토리처럼 그들에게 각인되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여기 열쇠가 있다. 내가 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떠올릴 때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보다는 스스로 '왜'를 파고드는 거다. 끝에 답이 나오지 않더라도 수시로 그 마음을 묻고 끝내는 나만의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스티브 잡스>를 보면 단순함을 중요하게 여기는 조니 아이브의 생각을 알 수 있다. 그는 사람들이 단순한 것을 좋은 거라 생각하는 이유가 물리적인 제품을 사용하며 그것을 제압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98p



스티브 잡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을 인용해 "단순함은 궁극적인 정교함이다"라고 말했다 한다. 무언갈 확실히 알기 위해선 그를 모듈화 하고 단순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진정으로 단순하기 위해서는 매우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깊이 파고들어 본질을 파악하는 일이 시작이다."라고 저자는 말했다. 한 분야에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며 오래 몸담은 사람의 통찰은 인생 전반을 깨닫는 과정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저자는 디자인 분야를 파고들었지만 그의 글은 오직 디자인에만 해당되는 성찰은 아니었다.


"디자이너의 의식과 사용자의 무의식 사이 격차를 줄이는 일이 사용자 관점의 핵심이다. 디자이너가 고려해야 할 부분은 사용자가 아니라 사용자가 바라보는 태도나 방향이다."
153p


나의 관점을 비틀고 깨부수는 일이 삶 전반에 영향을 주리라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다. 디자인의 안목과 감각, 생각 그에 더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은 디자이너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읽은 책을 세어본 적이 없다. 이 달에 언뜻 열 권이 넘는 책이 밟히는데, 이 달의 책으로 <늘지 않는 디자인>을 선정해 본다. 많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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