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인 하루

by 하민혜

비교는 존재의 규명이 아니다. 생각을 얽지 않으려 한다. 다만 멈출 도리는 없다. 내 안에 오만과 편견을 수없이 내리고, 던지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같은 일 앞에도 벼린 상태에 따라 달리 반응하기 마련이다.


영업 회사를 다니면 실적이 인격이라는, 되지도 않는 말이 돈다. 분명한 기준을 두고 자로 재기를 좋아하는 우리로서는 얼마든지 여문 일이다. 동료 중에는 영업 일을 더 했다간 제 명에 죽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과연 여기만 그럴까. 사회로 보아도 성취가 높으면 신봉하고 따르는 이들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어쩌면 그런 까닭에 모두가 기어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수도 있겠다.


한 번은 팀원이 제법 높은 실적을 낸 적이 있었다. 일정 기간 근속하는 영업 사원이라면, 매달 비슷한 실적을 내기 마련이라 그 달은 예외라고 봐야 맞다. 물론 어떤 계기로 훌쩍 도약이 일어난 수도 있지만, 반짝이는 행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팀원이 언짢은 표정으로 하소연을 하기 시작한다. 내가 저 사람보다 못하다고, 가 골자였다. 평소 가슴만치 실적을 쌓던 팀원이 그 달엔 무릎에 머물렀다. 때마침 무릎에 있던 팀원은 어째선지 어깨까지 올라선 거다.


반복하자면 실적이라는 게 평이하기 마련이라, 차근히 오르거나 서서히 내리는 일이 많다. 번개 맞은 듯 튀어 오른 실적은 도로 평균으로 내리 앉는다. 그야 어떻든, 다른 팀원의 실적과 나의 실적은 경쟁 구도가 아니다. 회사 측에서야 그로서도 경쟁을 붙이려고 하고, 한 팀으로 똘똘 뭉치게 하는 전략을 펼치지만. 사람의 본능이 이악하로서니, 해가 될 리 없는 팀원의 실적까지 탐할 필요는 없는 일이다. 나는 팀원의 실적이 당신과 무슨 상관인지를 물었다. 다감한 목소리를 장착했음은 물론이다. 그는 OOO이잖아요,라고 말했다. 사람 이름이 이유란다. 나는 한번 더 목소리를 눅여, 그건 이토록 기분 상해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걸 설명하려 애썼다.


과거로부터 쌓아 올린 무언가가 자기 자신이라고 믿는 그때, 사람은 반드시 오만을 떨기 마련이다. 고만한 악착스러운 생각 역시 자기 자신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피해의식에 조종당하기 전에 나다니는 생각을 알아차리고, 관찰하면 될 일이다. 굳이 말로 뱉고 행동하는 건 생각을 믿어버린 까닭이다. 생각이 곧 자기 자신이라고 붙들어서다. 말과 행동의 주인 자리를 나도 모르게 빼앗기는 꼴이다. 문제는 생각에 있지 않고, 생각을 붙들 때 일어난다. 그이는 종일이고 자신의 실적과 상대의 실적을 비교하며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예민한 신경은 표독한 얼굴로 드러났다. 무시로 눈썹과 눈썹 사이 미세하게 길을 팬다. 애써 그럴 필요 있을까. 가뜩 어지러운 세상에 오만가지 피어오르는 오만한 생각을 붙들 필요까지.


생명이라면 어디로든 일정의 에너지를 쏟을 권리가 있다. 살아있는 내내 아마 지속할 일이다. 적어도 무엇에 힘을 쏟을지는 내게 달렸다. 주도권을 생각이나 감정에 빼앗기면, 우린 기필코 쓸데없는 지점에다 힘을 써버리고 만다. 나는 곁불은 사람들이 쏟는 힘을 면밀히 관찰하는 편이다. 그건 내가 아이를 사랑하듯, 사람을 사랑해서다. 우린 숨을 들이쉴 힘만 주어진다면 닿는 어디로든 힘을 뱉으려 한다. 물론 내쉬는 숨이 나약하기 그지없을 땐 닿는 힘 역시 연약하다.


새벽이 열리면 명상을 하는 까닭이다. 생각이나 감정을 멈추려는 게 아니다. 목숨이 끊어져야 가능할 일에 목숨걸 필요는 없잖은가. 적어도 놓여나기 위해서다. 끌려다니며 살고 싶지 않다. 관찰하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오늘은 어떤 생각을 믿고 시달렸는가, 무슨 감정을 붙들었는가를 살핀다. 내가 힘을 쏟을 곳이 어딘지를 명시하고 잊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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