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니
의문이 생겨도 의문을 질문으로 꺼내어 표현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것이지요. 반기를 드는 일이니까요.” 중략 ”그 사람만의 생각, 그 사람만의 말은 그 사람만의 얼굴이고 지문이야. 용기를 내서 의문을 제기해야 하네. 간곡히 당부하네만, 그대에게 오는 모든 지식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지 말게나.
김지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살포시 불편감이 느껴지는 건 의문이 피어오른 터다. 내가 살은 세상은 남들과 같으면 욕을 먹지 않고, 도드라지면 평균 이하 취급을 당하는 곳이다. 효율적으로 살기, 목적을 향한 빠름에 질문은 묵어 삼켜야만 했다. 의문을 다물던 버릇은 성인이 된 후로도 주욱 이어졌다. 입을 열지 않고 눈을 가리면, 귀를 닫으면 최고의 며느리고 최상의 아내가 될 수 있었다. 나로서는 의문을 갖지 않는 편이 쉬웠다. 두더지 게임처럼 튀어나오는 감정을 여린 아이에게나, 만만한 엄마에게 쏟아붓는대도 눈치챌 줄 몰랐다. 남편 탓을 하고, 육아가 힘든 탓을 해봤고, 사회 탓을 했다. 용기 내는 이를 보면 고개만 주억거렸지, 속으로는 남들과 비슷한 나의 태도에 우월감을 갖기도 했다. 스스로 어느 만치 눌러대는 갑갑함에 합리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파고 높은 삶이 부럽다가도 마시는 숨에 두려움이 차오르면 습관처럼 나는 가마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