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

by 하민혜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원고를 쓰기 이전에는 나도 그런 생각이었고, 그런 말들이 격려가 되기도 했다. 막상 책을 낼 준비를 하면서는, 과연 이 많은 사람들이 책을 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의심한다. 좀 더 날카롭게는, 내가 나에게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한 거다. 그림을 그리건, 음악을 만들건 특정인이 아닌 모두에게 문이 열린 게 모로 보나 맞다. 본디 모든 걸 갖춘 사람보다야, 그렇지 않은 경우가 월등할 터다. 누구나 쓸 수 있다는 건, 아무렴 마음만 먹으면 책을 낸다는 건 어째서 거슬려야 할 일인가. 전자책부터 PDF까지도, 너무나 많은 이들이 책을 만들어 낸다. 티브이 채널이 몇 안되던 시대에서 각종 플랫폼에 수백만 개의 채널이 만들어진 시대니, 책이라고 다를쏘냐. 음악이라고 다를 터냐.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다는 건 실은 모두가 특별하고도, 동시에 특별하지 않다는 느낌이다.


당신도 성공할 수 있다는 말, 그러니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구호를 들으면 위안과 함께 위화감이 든다. 계급이 나뉜 시대엔 더는 나아갈 수 없는 벽이란 게 곧 절망이자, 희망이었다. 노력으로 될 게 아니니까, 급급하게 애를 쓰지 않아도 되는 까닭인 셈이다. 누구나가 성공에 목을 메지 않아도 됐다. 이 시대엔 어디까지나 '눈에 보이는' 계급은 산산조각이 났다. 가난하고 보잘것없던 친구가 놀랍게 성장하거나, 극적으로 성공하는 게 가능하다. 그런고로 섣부른 희망에 부풀면서 동시로 절망이 가득하다. 모든 게 가능하단 건, 정말은 내가 깨야 할 나의 한계를 계속해서 마주 보게 하기 때문이다.


NFT, 가상 화폐(코인) 시장에 한이 없도록 거품이 차올랐더랬다. 언제 그랬냐는 듯 찬 기운이 도는 가운데, 모두가 콘텐츠를 만들고 발행하는 지금 시대에도 성공, 성취에 목마른 이들에게 잔뜩 거품이 차오른 건 아닐까 상상한다. 객관적으로 나를 볼 때조차, 글을 쓰는 까닭, 책을 내려는 이유를 묻고 시류에 휩쓸리는 뜻은 아닐지를 알고 싶다. 하여 쓸려가면 어떠냐 싶으면서도. 결국 부단히 시도하는 수밖에 없다. 바라는 삶에 그림이든, 음악이든, 현금 10억이든, 건물주든 계속 부딪히고 꺾이면서도 끝내는 지속 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정말은 내 삶에 찾아든 '진짜'인지를 말이다. 여기서 '진짜'란 내가 원하는 삶을 말한다. 유행 따라 세상이 원하는 삶을 가져다 쓰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이 정말로 지금 여기, 그리고 거기에도 있는 거다.


어떻게 해도 기회가 없는 시대보다야, 어떤 것도 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시대를 바랐다. 너무나 많은 이들이 피 흘려 얻어낸 오늘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끊임없이 불평 거리를 찾고, 감히 핑계를 만들어 대는 마음에게 질리는 오늘이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은 고까운 게 아니라, 엎드려 절할 만큼이나 감사한 말이라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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