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이 꼭 정리부터 한단다. 영업을 할 때도 같았다. 일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준비를 오래고, 열심이었다. 본전 앞에서 뜸 들이기를 한다는 이야기다. 그냥 하면 될 것을 핑계가 많다. 핑계 대는 마음을 살피면 하기 싫은 심리가 보인다. 사설이 길다는 건 진심이 아니라고 봐야 맞다.
글을 고치는 중이다. 정성 들여한다는 이유로, 기다랗게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핑계로 늘어지는 모양이다. 하기 싫은 건 퇴고가 아니라 투고다. 계약을 한다는 것, 투자를 받는 데에 부족함을 느낀다.
높은 실적을 내며 영업을 했다. 계약을 받는 건 전문이고 천직 같았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호감을 얻는 일에 주저함이 없었다. 실패를 두려워하거나 거절을 어려워하지 않았다. 필요한 걸 찾아 건네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마음에 없는 걸 들이밀 심산이 없었다.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생각을 만들어주는 게 영업인 줄 아는 이가 많다. 나로서는 생각이 있는 사람을 찾아 확신을 주는 게 영업이라 여겼다. A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뒤틀어 B로 바꿔주는 게 아니다. 나는 거짓말에 능하지 않다. 낯 부끄러운 말이나 행동 앞에 초연하지 못하다. 소위 영업한다는 식의 영업을 해본 일이 없다.
글을 써서 기고하겠다는 도전에 처음 영업할 때처럼 나약한 마음이 든다. 내가 쓴 책이 과연 어떤 사람에게 도움이 될까, 염려한다. 우스운 건 마치 내가 교육했던 신입들이 가졌던 마음과 다르지 않다는 거다. 자신이 권하는 게 고객에게 도움이 될지 피해가 갈지 몰라 주저한다고 했다. 그런때면 나는 결정은 고객이 판단할 일이지, 우리가 판단할 게 아니라고 말했다. 제안은 제안일 뿐, 약속이 아니니까. 거절을 두려워할 건 아닌 거다. 기고를 앞에 두고 미적거리는 지금의 나에게도 합당한 말이다. 출판사와 독자가 결정할 일을 글 쓰는 이가 속단할 수 있을까.
영업하려는 사람이 고민에 빠지는 건 자신감의 결여일 터다. 실력이 없기보단 자기 신뢰가 없어서다. 일에 대한 확신, 제안하려는 상품에 대한 애정이 없을 때 고민에 빠진다. 내가 쌓아 올린 글과 작가로서의 자질 앞에 나는 한없이 작아진다. 독립 출판이나 전자책 출판이라도 마찬가지다. 책을 파는 거지 나를 파는 게 아닌대도 글을 건네는 건 정말이지 나를 건네는 느낌이다. 내게 영업은 그저 상품을 건네는 거였다. 책은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 게 문제다.
들통나서 부끄럽다. 고백하건대 나는 나에 대한 애정이 얕은 사람이다. 살며 잘해왔던 건 영업이나 판매다. 고작 그것뿐이다. 제법 이런저런 장사를 경험했다. 나를 낮추려는 게 아니다. 정말은 내세울 게 없다는 고백이다. 세상은 냉정하다. 뾰족하지 않은 글을 읽으며 시간을 들이고, 돈을 낼 이유가 있을까. 푸념이 아니다. 제아무리 공들여 쓴 글이라도 마찬가지다. 읽는 품은 쓰는 품만큼 공이 들진 않을 테지만 세상엔 재밌고 흥미로운 게 넘쳐난다. 공연히 시간을 들여 별 것도 없는 사람의 일기를 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아침이면 인스타를 통해 매일 글을 공유한다. 그야말로 일기나 마찬가지다. 왜인지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함께다. 덧없는 긴 글에도 함께 웃고 마음 아파하는 걸 느낀다. 그런 때면 글의 힘 자체로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풍족한 콘텐츠가 아님에도 이른 아침 긴 글을 읽어주는 분들이 있다는 게 놀랍다. 조금이나마 앞으로 나아가는 기분이다. 할 수 있는 건 매일 새벽을 약속하는 것뿐이다. 쓰는 원고와 관련이 없대도, 아예 상관이 없을 수는 없다. 글은 쓰는 만큼에 는다고 했다. 읽는 이가 있는 글은 더할 터다. 읽는 이들의 댓글을 유심히 살핀다.
아무렴 가볍게 올리는 글이라도 정성이 들지 않는 건 아니다. 목적 없이 다가선대도 마음을 다한다. 영업할 때 뭐 하나 허투루 생각지 않았던 것처럼 최선을 다하고 본다. 늘 그래왔듯 세상에 내맡기련다. 요령피지 않는 성격을 바꾸려야 바꾸기도 어렵다. 신입 사원에게 감히 조언했던 그대로다. 하루하루 정성을 다할 것, 의심이 피어오를 땐 더 열심히 할 것. 물에 뛰어든 이상 방법은 없다. 발가락만 넣고 수영할 순 없으니까. 기왕이면 온몸을 써서 헤엄쳐야 한다. 선수들이 넘쳐난다. 폼이 좀 나지 않더라도 나는 나의 속도를 즐기며 나아가겠다. 애초에 급할 이유가 없다. 글을 쓰며 위로받는다. 하마터면 숨만 넘어갈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