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렇게 한 문장을 쓰고 보니, 뭐라도 되는 양 이렇게 쓰고 있나 싶기도 하다. 지난 해 일상에 지진을 겪은 후, 언제부턴가 매일을 쓰고 있다. 몇 작가님들과도 친분을 쌓게 되었다. 온라인 세상에 살고 있으니 용기를 낸다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글쓰기에 관한 조언을 얻고, 격려를 받을 수 있었다. 공통적으로 해주신 이야기는 글에 나를 꺼내는 일을 잘한다는 것이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의 삶, 생각, 느낌 등 낱낱이 자신을 꺼내는 일이었다. 어떤 때에는 발가벗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희미한 불안도 손가락질 받아 마땅한 일도 글로 써내려가면 이야기가 된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뒤 자신의 눈을 후벼판 남자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생각해보라.(오이디푸스 왕) 이 비극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절절한 교훈을 내리는지. 짧은 생이지만 죄책감을 알고, 버림받았고, 버렸고, 덧없이 스러지는 자제력으로 벌어지는 일들의 연속이다. 그 역시 글로 써내려가는 것만으로 사면받는 느낌이 든다.
오늘 회사에서 회의가 있었고, 갑작스레 뒷담화가 시작됐다. 다같이 마녀사냥이라도 벌이는 양 한 사람을 몰아세우는 이 분위기를 이곳 저곳에서 목격해 왔다. 두 사람이 오해가 생겨 감정이 상하는 일은 흔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에 비해 다수의 사람이 한 사람에게 감정을 갖는다면 어떨까? 당연하게도 그 사람의 어떤 성격이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왜 그 한사람에게 감정을 갖게 되었는지 이해한다. 아니 정확하게는 어떤 행동을 보고 비난하는지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늘 그래왔듯 나는 동참할 수 없다. 나에게 그것은 마치, 지나가는 비둘기가 똥싸는 모습을 보고 '똥을 싸는구나' 하며 판단을 내린 일과 같다. 그러니까 그 사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일일이 해석하지 않는다. 그저 '매일 늦는 사람이구나.' '자존심이 세구나.' 판단을 내린다.(아무 말이 없다고 해서 보는 눈이 없진 않다.) 판단을 내리는 일에는 특별히 감정이 소모되지 않는다. "왜 저러지?"하며 분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실은 똥을 싸고 있건, 죽을 끓이고 있건 나에겐 그 누구도 비난할 권리가 없다. 글쓰기를 시작하며 솔직한 나를 꺼내보이기를 잘한다는 이야기는 진실이 아니다. 나는 내가 가진 가장 어둡고 더러운 부분을 차마 꺼낼 수 없었다. 어떤 비통한 이유가 부재하고, 아득하게 서글픈 사연도 없이 벌어진 일들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마녀 사냥을 당할지 모른다. 그게 나였어야 했는데, 그 때에 나도 그랬었는데. 어딘가에선 명백한 죄가 입증되어 그 누군가는 사형을 면지 못할 것이다. 우리에겐 그이를 심판할만한 자격이 있는 걸까? 떳떳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타인의 행동, 성격, 사건을 비난하는 사람을 만날 때엔 나는 늘 아프다. 단두대에 올라가야 하는 것은 꼭 그이만이 아니기에 그렇다. 감히 내가, 누군가를 몰아가는 그 틈에 앉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뱃속 어딘가가 베베 꼬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