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말해봐

신과 나눈 이야기1

by 하민혜

닐 도날드 월시의 '신과 나눈 이야기 1'을 읽었다. 내면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들어봤을 법한 책이다. 결혼 전 엄마와 함께 살던 때에도 만난 적이 있다. 슬쩍 펴보고는, 주의 없이 덮어버렸던 책이다.


살아온 나이만큼 욕심을 내었다가 큰 코 닥친 일, 열심히 했지만 실패한 일, 착하고 죄 없는 사람이 잘못되는 일,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 등 풀 수 없는 문제들이 늘어가자, 근원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인생은 왜 이런 것일까?'

'애초에 죽을 것이라면 왜 태어난 것일까?'

'돈을 벌기 위해 이렇게 생을 허비해야 하는 것일까?'





외부로 향해있던 시선이 내면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간 애를 쓰고 노력을 기울이는 삶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만일 문제가 발생하면 외부로 더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문제가 생긴다면 순전히 나의 노력이, 친절이 부족해서라고 판단했다. 죽어라 열심히 살면, 누구에게든 선하게 굴면, 삶은 빛이 나고 가치가 있어질 것이라고 여겼다. 배신을 당하고, 배신을 하고, 사람을 잃는 일을 겪으며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원하는 일과 원치 않는 일들을 동시에 겪는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삶의 근원에 대한 질문만큼은 도저히 외부에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돈을 아무리 벌어도, 외모를 가꾸고 노력해도, 착하게 살아도 당최 내가 왜 사는 건지 답할 길이 보이지 않았다.

피 터지게 열심히 살면 나아지리라는 확신이 옅어졌다. 그렇다고 회의주의가 되기는 더 어려웠다. 다만 희생하고 괴로운 것만이 사랑이 아니듯, 삶 역시 고된 애씀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고 할까?




"저절로, 그리고 그 자체로 고통스러운 건 아무것도 없다. 고통은 너희가 어떤 것에 관해 내린 판단 때문에 생긴다. 그 판단을 제거해보라. 그러면 고통이 사라진다. 판단은 흔히 과거의 체험에 근거하고 있다. 심판하지도 비난하지도 마라. 왜냐하면 너희는 그런 일이 왜 일어나는지도 어떤 식으로 끝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신과 나눈 이야기 67p-




17살 때의 일이다. 어린이날을 기념할 나이는 못되었지만, 국경일이기에 학교를 가지 않는 날이었다. 참새가 지저귀고 바람결이 부드럽게 절로 밝은 날이었다. 일주일 전부터 오늘 친구 하나와 교보문고 광화문점엘 가기로 했다. 김포에 살고 있던 학생에게 광화문 가는 길은 제법 장거리였다. 물론 친구와 함께였지만, 우리끼리 먼 길을 간다는 것이 조금은 두렵고 설레기도 했다.


기분좋은 아침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민혜야. 진짜 미안해~"

사정이 생겨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소식이었다.

그때의 서운한 기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대단한 여행이 아니었지만 꽤나 기대했던 모양이다.

나는 화장실로 가서 본래 약속이 있는 양 씻고 준비를 했다. 혼자 가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걱정할 엄마에게는 다른 친구와 가기로 했다 둘러대고 집을 나섰다. 분명히 말해 조금은 먼 거리를 가야 하기에 슬쩍 긴장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길을 나서는데에는 퍽이나 섭섭했던 만큼 용기가 필요했다. 움직이고 있는 버스안에서 나는 앞으로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무엇보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로 그날을 망치고 싶지 않았던 거다.


긴 시간 버스를 타고 내려선 광화문 한복판에서 교보문고를 발견했을 때의 기분을 잊을 수 없다. 뻔히 도착할 수 있는 길이었음에 상관없이 '해냈다'라는 생각이었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혼자서 해냈다. 취소되는 바람에 기분이 꺾였지만, 약속대로 나를 움직였다. 교보문고에 들어서서 이곳저곳 발을 옮길 때마다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현실이 짜릿했다. 벌어지는 일들에 이어지는 감정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럼에도 나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할 수 있고,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는 용기를 얻는 순간이었다.




"가장 심원한 비밀은 삶이 발견의 과정이 아니라 창조의 과정이란 데 있다. 너희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을 새롭게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누구인지 찾으려 애쓰지 말고, '자신이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 Who You Want To Be' 판단하도록 하라."

-신과 나눈 이야기 41p-




20대엔 옷장사, 술장사, 음식장사를 하고 여행도 제법 다녔다. 그간 엉망으로 휩쓸렸던 일들도 있었고, 팔랑이던 통장에 기겁하는 일도 있었다. 모두 내가 그렇게 선택했고 또는 선택하지 않음으로 일어난 일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어떻게 되고 싶은지'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막연히 두려워했거나 걱정을 했다면, '실패하는 나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따금 조금도 염려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 경우에 한해 저절로 이루어진 일들도 기억해낼 수 있었다.


간절히 원할 때에 그 과정에서 행복하고 설레는 마음이 드는 일이 있고, 어쩐지 안달복달 나고 근심이 일어나는 일이 있다. 또 근심까진 아니라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면 그 또한 결과로 만들어내기 어려웠다.


"긍정은 너희가 이미 이루어졌음을 아는 것에 대한 진술일 때만 효과가 있다... <중략>.. 예수는 이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예수는 기적을 일으킬 때마다 그에 앞서 기적을 가져다준 것에 대해 내게 미리 감사했다. 그로서는 감사하지 않는다는 건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선언한 것이 일어나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와 자신과 나의 관계를 굳게 확신하고 있었기에, 그의 모든 생각과 말과 행동은 그의 앎을 있는 그대로 반영했다. 너희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너희의 앎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과 꼭 마찬가지로...


그러니 이제 네가 삶에서 체험하고자 하는 뭔가가 있다면, 그것을 "원하지"말고 선택하라.


너는 세속적인 의미에서 성공을 선택하려는가? 더 많은 돈을 선택하려는가? 좋다, 그럼 그것들을 선택하라. 어중간하게 하지 말고 진심으로, 온 마음으로 선택하라."


-신과 나눈 이야기 1 296p-



오래전 시크릿을 감명깊게 읽고 지인들에게 선물했다. 해빙도 비슷한 맥락의 책인데 선물 받아 읽고, 나역시 아끼는 이들에게 선물했던 책이다. '신과 나눈 이야기'는 의문점을 해소해주는 끝판왕 같은 느낌이다. 얼마 전 필사했던 줄리안 반스의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에 이어, 소중하게 담듯 꾹꾹 눌러 필사하고 있다. 어떤 글귀에선 가슴이 울리고 눈물이 핑 돌기까지 한다. 만일 시크릿, 해빙, 웰 싱킹 등의 책을 읽고 가슴이 일렁였던 적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신과 나눈 이야기는 어중간한 삶을 살아온 열등하고 모자란 나에게 큰 위로와 감사를 불러일으킨다. 꾸역꾸역 숨을 쉬었던 그때를 감사할 수 있다니, 오래간 막혀 있던 체증이 가시는 느낌이다. 길을 잃고 헤매는 중에도, 조금 더 삶을 즐길 수 있게 한다. 원망하던 상대를 최소한 '탓하지' 않을 수 있다.



"참을성을 가져라. 너는 지혜를 얻고 있다. 그리고 이제 너는 점점 더 고통 없이도 즐거움을 누려가고 있다. 이 역시 아주 좋은 징조다.

너는 고통 없이 사랑하고, 고통 없이 떠나보내고, 고통 없이 창조하고, 고통 없이 우는 법까지 배워가고(기억해가고) 있다. 그렇다, 내 말뜻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너는 고통 없이 고통스러워할 수도 있다.

<중략>



계속 성장하도록 하라, 내 아들이여. 계속되어가라. 그다음의 네 최고 자아상 속에서 네가 되고자 하는 바를 계속 판단하도록 하라. 계속 그것을 향해 작업해가라. 계속하라! 이것이 우리가, 너와 내가 해내고 있는 신의 일이다. 그러니 계속 나아가도록 하라."


-신과 나눈 이야기 260p-





덧. 책에는 종교에 관하여, 살인과 전쟁 환경오염에 대하여, 섹스와 도박 그리고 마약에 대하여, 돈에 대하여, 담배와 술에 관하여, 인간과 삶에 대해 의문이 가는 부분들을 신랄하게 설명한다. 일편 종교에 관해 책 한 권이 나올 만큼 그 범위가 광대하지만 모든 것이 일축이 되고 충분한 설명이 담겨 있다는 느낌이다. 물론 이 책이 출판되고 많은 문의와 인터뷰가 빗발쳤다는 게 이해가 가는 면도 있다.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물론 어린 때의 나처럼 눈앞에 두고도 읽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좋은 책도, 귀한 사람도 인연이 아니라면 그저 지나치는 수밖에 없는지 모른다.




"나는 어떤 것도 경멸하지 않는다. 나한테는 그 어떤 것도 불쾌하지 않다. 그것이 삶이며, 삶은 선물이자, 형언할 수 없는 보물이요, 신성한 것들 중의 신성함이다.

나는 삶이다. 왜냐하면 내가 곧 삶을 구성하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삶의 모든 측면은 신성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중략>

사랑 역시 감정(증오, 분노, 정욕, 질투, 탐욕)이 전혀 없는 상태가 아니라 모든 감정의 합(合)이다. 그것은 그 모든 감정의 총화이며, 모든 것everything이다.

그러므로 영혼이 완벽한 사랑을 체험하려면 인간의 모든 감정을 다 맛봐야 한다.


인간 영혼의 목표는 그 모든 것을 체험하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이 될 수 있도록."


-신과 나눈 이야기 1 1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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