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를 하고 있습니다. 본래는 휘갈겨쓴 노트가 여러 권입니다. 이번은 인증도 하고 있어서 그다지 자유롭게 쓰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이전에 읽었던 미움받을 용기 2(어제 다 읽었습니다. 좋아하는 책), 디바인 매트릭스(중심 내용은 좋으나 가독성이 좋지 않네요.) 그릿(앤절라 더크워스)입니다.
오늘은 '그릿'을 읽다가 통찰이 있어 잠시 나눠보려고 합니다.
"우리의 허영심과 자기애가 천재 숭배를 조장한다."
연예인을 좋아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실은 저는 그 경험이 별로 없습니다. 우주의 중심이 교우관계인 사춘기 시절엔 친구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나도 '좋아하는 척'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관심이 가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성인이 된 이후에도 연예인이나 셀럽에 대한 관심은 전무했습니다. 깊이 생각은 해보지 않았지만 노력이 아닌 타고난 외모로 돋보이는 이들에 대한 질투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을 보았을 때 느끼는 마음은 그것이 그저 보기 좋은 꽃과 하늘처럼 거기 있을 뿐이었습니다. 노력해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흥미를 끌지 않았습니다.
양말을 짝이 맞지 않게 신거나 옷을 뒤집어 입기를 잘하는 이런 저도 자리에 나갈 때면 외모를 가꿉니다. 출근을 할 때면 신경 써서 옷을 고르고 곱게 화장을 합니다. 해서 때로는 이런 위선이 몸서리치게 싫을 때가 있습니다. 타고나고, 보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면서 무진장 애를 쓰는 모습을 봅니다.
어린 시절, 친구들이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좇는 모습은 솔직히 말해 한심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인스타나 유튜브에서 셀럽을 신격화하고 우상화하는 이들을 마주할 때면 그곳에 끼어 있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니체가 말했다.
"왜냐하면 천재를 마법적인 존재로 생각한다면 우리 자신과 비교하고 우리의 부족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신적인 존재'로 부르면 '우리는 그와 경쟁할 필요가 없어진다.'"
즉 선천적 재능으로 신화화함으로써 우리 모두는 경쟁에서 면제받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상황에 안주하게 된다. 내가 교직 생활 초창기에 재능과 성취를 동일시하고 그 결과 학생도, 나도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 했을 때도 그랬던 것이 틀림없다.
- 그릿, 앤절라 더크워스 p68-
우리가 누군가를 신화화하는 이유를 니체가 콕 짚어 설명해 주었습니다. 한 철학가의 말을 진리로 받들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꽤나 적절한 설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취가 있을 때 사람들이 했던 칭찬을 돌이켜 보았습니다. 제가 타인에게 했던 칭찬도 마찬가지입니다.
"타고났어~" "그럴 줄 알았어. 원래 잘하잖아요"
"그건 배워서 되는 게 아니지. 재능이 많네"
놀랍게도 입에서 내뱉는 칭찬들은 노력한 과정이 아닌 때가 많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결과에 대한 것 또는 그가 가진 재능에 대한 칭찬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그릿에서 챔블리스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저도 그렇지만 우리 모두가 신비로움과 마법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미련을 버리지 못하죠."
재밌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탁월한 성취로 두각을 나타내는 이들을 볼 때 그들이 무언가 신비롭기를 선호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누구도 갖지 못한 재능을 가졌다고 믿고 싶어 한다는 말입니다. 마치 타고나는 외모처럼 말이죠.
가난한 부모 아래 장애인으로 태어난 소녀의 비운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부잣집 부모 아래 아름다운 용모로 태어난 소녀의 행운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반대의 경우를 하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까요? 왜 우리는 그저 타고나는 것을 우상화하는 것일까요?
앞서 니체가 말했듯 그것은 우리의 허영심이 한 몫하는지 모릅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허영을 '제 분수에 넘치고 실속 없고 겉모습뿐인 영화 또는 필요 이상의 겉치레'라고 정의합니다. 허영은 많은 노력을 무시하는 마음입니다. 손쉽게 결과를 얻어내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패하고 낮고 비루한 모습이 나쁘다고 분별하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허영이 없다고 하는 마음에도 허영이 있습니다. 허영심에 대해 정리하니 헛된 욕심과 결이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욕심을 내려놓는 일을 평생에 걸쳐 노력해야 하듯이 허영심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모든 완전한 것에 대해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묻지 않는다." 니체는 말했다. 대신 "우리는 마치 그것이 마법에 의해 땅에서 솟아난 것처럼 현재의 사실만을 즐긴다."
무의식적으로 타고난 재능에 관심을 기울이는 자신을 알아차리는 일이 중요합니다. 예쁜 것을 예쁘다고 하고 대단한 것을 대단하다고 말하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성취를 또는 타고난 모습을 부러워하는 마음 역시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셀럽이나 유명인사가 먹는 음료수, 그가 신는 신발 등을 따라 하고 싶어 하는 이면에는 허영심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어떨까요? 아이들에게 혹은 주변인들에게 노력이 아닌 결과를 칭찬하는 나의 입과 '천재네!'라며 저절로 드는 재능에 대한 편향을 인지하기만 해도 조금은 세상이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