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아침 편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민혜 Mar 21. 2024

꼬인 매듭을 푸는 일

아침편지

좋은 아침입니다.


어젠 하루가 길었어요. 아침 9시부턴 스타벅스에 들러 일하고요. 간단히 점심 먹은 후에 아이들과 치과 진료를 다녀왔지요.


치과든 병원이든 익숙지 않은 아이들이에요. 예민한 성향을 가진 첫째라 여지없이 부대끼곤 해요. 진료 마지막으로 입안에 처치를 해둔 참이라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매번 핑계가 다르지만 신경질이 나있었어요.


더 어릴 적엔 대단했지요. 치과를 가기 전부터 울기 시작했어요. 진료하는 동안은 말해 뭐해요. 끝나고 나서도 한참을 울던 아이입니다. 이제와 말이지만 건강한 것만도 감사합니다.


둘째는 정반대입니다. 어지간히 울지 않았어요. 꼬꼬마일 때도 치과 치료 중에 잠에 들곤 했으니까요.


오후 치료가 끝나고 서점엘 들렀어요. 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요. 집에 돌아가는 동안은 앙칼진 말투를 상대해야 했어요.


문득 제가 언짢아하고 있음을 알았는데요. 감정은 탁구공처럼 주고받게 되어 있어서요. 별수롭지 않게 있으려 해도 서로 옮아갈 수 있지요. 가만 딸에게서 시선을 떼서 나를 바라보았어요. 말이 많은 생각이 조용해지고 나야 하나의 마음을 발견했습니다.


우린 고통을 피하려 할 때 탓을 하기 쉬워요. 딸이라면 엄마 앞이라 마음의 길을 훤히 드러냅니다. 처음은 불편하다, 짜증이 난다,에서 시작해 점점 '~때문에'가 늘어나요. 매사가 치과 진료 때문이고 엄마 탓이라고 말해요.


불편한 나를 바라보다 발견한 건요. '탓하는 건 옳지 않다'라고 여기는 마음이었어요. 나쁘다거나 '그른 일'이다 믿을 때, 우린 감정 반응을 하게 됩니다. 단지 언짢은 감정은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질 않아요. 도리어 '화가 나지 않을 때' 그러니까, 편도체가 활성화되지 않을 때에야 적절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예요.


엄마 스스로 편안해지자 딸이 '얼마나 아픈지', 크게 다가왔어요. 그래, 많이 아프고 두렵구나, 마음을 냈을 뿐인데 날 선 아이가 잠잠해집니다.


현대인은 과하게 편도체가 활성화되어 있다고 알려져요. 한마디로 스트레스가 높다는 건데요. 면역력은 떨어지고 소화기능이 저하된다고 합니다. 혈압은 높아지고 갖은 만성 질환을 불러온다고 하죠.




오늘 나는 어떤 잣대를 세우고 있나요? 잘못된 일은 잘못이 아님을 알 때에야 꼬인 매듭을 풀어갈 수 있습니다.


모든 게 나로부터 시작이고 끝이라는 걸 잊지 말아요. 따듯하게 다니셔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균형 잡는 법 하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