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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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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Apr 05. 2024

괜찮아요

아침편지

 좋은 아침입니다. 잘 잤나요?


금요일이 찾아왔네요. 지겹다는 말보다는 기쁘다고 말해주세요. 관성에 젖는 말이면 마음이 아픕니다. 같은 사람, 같은 날들이라고 여기는 그 마음이 아파요.. 사람을 분류하고 틀에 넣는 모습도, 새로운 매일을 내 안에 가두는 말도요.


저라고 사람이 밉지 않을까요. 오늘을 판단하지 않을까요. 시끄러운 머릿속을 가만 보고 있으면 사람이 왜 그리 편견 덩어리인지, 오만한지를 알 수 있어요. 생각을 믿고 살아가면 우린 이렇게나 어리석습니다.


어제 아이와 우연히 독수리 영상을 보았어요. 파란 창공에서 날개를 활짝 열고 날아가는 모습이요. 독수리는 날개 안쪽에 상처가 엄청나다고 해요. 몸이 자라기까지, 살아남기까지 찢기고 살점이 떨어지는 일이 많다고요. 사람이라고 다를까요. 웅크리고 꼼짝 않는 사람이 있다면 영원히 그럴 거라고 낙인찍지 말아요. 매번 실패하듯 보이는 사람도요.


장엄하기까지 한 독수리 날갯짓은 자유롭고 아름다웠어요. 어쩌면 우리 대부분은 상처를 가리느라 날지 못하는 거 아닐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부족한 나의 모습, 모자란 나를 드러내기가 얼마나 두려울까요. 한창 책에 빠질 즘에 마약에 손댄 사람 같은 느낌인 적이 있었는데요. 책 읽는 게 나쁠 거야 없죠. 단지, 부족한 나를 채워야 한다는 강박이라면 잠시 손 떼는 날도 필요해요.


내 안에 수많은 흠집이 문제를 일으킬까요. 그걸 비난하는 내 마음이 문제일까요. 결핍을 인정하고 모자란 나를 다독이면 큰일 나는 줄 아는 분이 있어요. 부족한 내가 괜찮아지면 영영 모자란 존재가 될 것만 같은 거죠. 자녀에게도 마찬가지예요. 이대로도 괜찮다,라는 게 진심이면 부족한 이대로 눌러앉을 것만 같은 마음이 들어요.


실은 결핍을 감추고, 바꾸려고 기를 쓸수록 내가 '부족한 존재'임을 스스로에게 증명하게 돼요. 낙인효과 들어보셨나요? 과거 이력을 샅샅이 알고 있는 나 자신은 나를 낙인찍기 정말 쉽습니다.


오늘 문득 생각날 때마다 이렇게 말해주세요.'민혜야, 부족한 이대로도 괜찮아.정말 괜찮아.'라고요. 내가 괜찮아지면 세상 모든 게 괜찮아집니다. 내가 나를 불편해하면 불편한 타인을 자주 발견하게 돼요. 사랑에 조건을 붙이는 마음은 두려움이에요. 나에게 자격을 요구하지 말아요. 나는 나를 지금 이대로 충분히 사랑할 수 있습니다. 미래는 없어요. 언제나 '지금'밖에 없을 거예요. 현재 내가 괜찮지 않다고 여기면, 나중에도 마찬가지예요. 아무리 갖추고 갖춘 들 나는 내가 모자라고 부족하다 여길 겁니다.


괜찮아요. 아픈 거지, 나쁜 게 아니에요. 그대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대는 부족하지 않아요. 모든 걸 잘하려고 애쓸 필요 없어요.



아침엔 미술관에 가서 숨 좀 쉬고 올게요. 미용실에 들러 머리카락도 잘라내려고요. 아 참, 책 나눔은 오늘 포장해 보낼게요. 비교적 괜찮은 하루 되시기를 바라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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