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아침 편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민혜 Apr 04. 2024

인연

아침편지

좋은 아침입니다.


어느새 목요일이네요. 남색 하늘이 밝아지는데 층구름이 보여요. 어려서도 과연, 갈비뼈 같은 구름을 보고는 백과사전을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만하면 진심인 게 분명하죠.


목이 꺾이도록 올려다보면 내가 얼마나 작은지, 내 앞에 큰일이 얼마나 사사로운지 알 수 있어서 일까요. 톡 하면 오만해지곤 해서요. 머얼리서 나를 부르는 듯한 느낌, 하늘이 나를 내려다보는 느낌이 좋아요.


새벽 요가하고 명상했어요. 어제 글로 2기 단톡방을 폭파했는데요. 3기로 이어지는 분이 있고 떠나는 분도 있어요. 영영 이별은 아닌데도 괜히 마음이 그렇습니다. 나와 네가 하는 것 같지만 아니에요. 인연이란 것이 꼭 마음과 같을 수 없어요.


서로가 바라고 원해도 함께이지 못하는 일도 있는걸요. 떠나려는 게 아닌데 내가 떠나야 하는 경우도 물론이고요. 오고 가는 구름과 같아요.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다행이면서도 애달픈 일이에요.


할 수 있는 게 뭘까, 보면 감사밖에 없네요. 얼마라도 함께였다는 사실에요. 내가 생각하는 대로의 사랑을 주고받지 못했더라도, 어떤 모양이든 모든 게 사랑이었음을 알기 때문이에요.


빈자리에 새로운 인연이 채워지는 법이죠. 꼭 같을 수 없는 것은 상대가 바뀌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변하는 까닭입니다. 어딜 가도 우리는 늘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되니까요. 내가 사랑이면 어떤 사람이라도 사랑이에요. 내가 미움을 품고 있으면 누구든 미울 수밖에요.



할 수 있는 것은 오는 사람, 곁에 사람을 사랑하는 일, 가는 사람 막아서고 붙잡지 않는 일이죠. 인연은 내게 달린 일이 아니니까요. 다만 오든, 가든 역시 미워하지 않기 위해서는 나를 돌아보셔야 합니다. 미움은 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어서예요. 그것만큼은 내가 하는 게 맞아요.



마음은 괜히 훌쩍이는데 이 와중에 하고 싶은 게 많습니다.ㅎㅎ 미술관도 가고 싶고, 벚꽃 아래를 걷고 싶어요. 도서관에 가서 실컷 책에 파묻히고 싶고, 원고와 씨름하고 싶네요. 어젠 돈 버느라(?) 아침부터 밖에 있었거든요.



조각구름 같은 생각 감정보다야, 본바탕인 하늘을 의식하는 오늘이면 좋겠어요. 솔직한 말로 오늘의 그대가 벌써 그립습니다. 흘려보내지 않아도 흘러갈 테니까요. 어깨 힘 빼시고 최선을 다하는 기쁜 오늘이 되시기를.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람이 전부고 사랑이 다예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