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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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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Apr 13. 2024

오늘, 그리고 라이브

그대가 편안하면 돼요.

아침부터 제주는 비가 내린다고요. 이곳엔 창밖으로 하늘이 말갛습니다. 어젯밤 9시 예고드렸던 라이브 방송을 했어요. 반가운 이름들도 보였는데요. 특별히 댓글에 뭐라 말하신 분 아니면 이제 기억이 날아갔습니다. 방송을 끌 때 즘 17명인가, 계셨던 거 같아요. 마지막 인사하고 끄는데 머릿속에 노래 한가락이 지났습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무대에 남아~' 



줌을 끌 때에도 이 느낌 가져봤지만요. 라이브 방송은 더한 것 같아요. 뭔가가 휘리릭 지나고 한순간 끝나버리는 기분입니다. 공연을 해본 일이 잘 없지만, 무대 위라면 어떨지 상상이 가서요. 흡족하면서도 허탈한, 때로는 만족스럽지 못한 느낌일 텐데요. 어떤 쪽이든 무언가 휩쓸고 간 듯한 느낌은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어쩌면 삶의 마지막이랄지, 인생 무대에서 하차할 때 꼭 이런 느낌일까 생각이 들대요.


함께한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먼저예요. 무대 조명이 꺼진 양 괜히 허무합니다. 왜 그리 긴장했나, 싶고요. 그 순간을 더 즐기지 못한 점이 아쉬워요. 라이브 방송 후기를 말하지, 제 삶을 말하는 건 아닌데 말입니다. 


아침이 시작되면 새로운 생이 주어진다고 여긴 지 불과 2,3년 남짓입니다.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낼 것인가. 그게 곧 나의 삶 전체라고 믿어요. 하루의 끝에 어떤 마음이 남았으면 하는지를 생각하면 선택과 결정이 조금은 쉬워집니다. 눈을 감을 때 원망과 미련, 후회를 느끼고 싶은 사람은 별 없을 테니까요. 


세상이 누군가에게 선택을 바라거나 무엇에든 고민해야 할 때 늘 이렇게 말해 줍니다. "서연이가 편안하면 돼." "엄마만 편안하면 돼요." "오빠 마음만 편안하면 돼~"



"그대가 편안하면 돼요."


우리, 각자의 삶을 살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누구나 사실은 홀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고독사'라는 점에서 참 외롭고 쓸쓸한 느낌입니다. 단지 아이들이 말하는 '인싸'든 '앗싸'이든 평등하게 고독하다는 것을 안다면, 서로 연민을 느끼기엔 충분하지 않나요? 나를 포함해 타인의 목을 조를 필요 없지요. 무엇이 중헌데?! 긴장하는 어깨 잠시 위로 세게 꼬집듯 올렸다 탁, 하고 내려보세요. 그렇게 오늘은 탁, 하고 문득문득 그대를 편안하게 해요. 쥐지 말기로 약속해요. 


여유로운 토요일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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