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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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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Apr 15. 2024

거절

아침편지

글모닝! 4월 중간이네요. 좋은 꿈 꿨나요? 수년 전 매일 눈을 뜨자마자 꿈을 기록한 적이 있어요. 손가락 사이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속절없이 흩어지는 꿈을 쥐어 보려 애를 썼지요.


"나는 거의 꿈을 꾸지 않아."라고 말하는 분이 있는데요. 실은 우리, 매일 밤 꿈을 꾼다고 해요. 내 기억에 없을 뿐이고요. 당시 요령이 생기고는 어떻게 하면 꿈을 잘 기억할 수 있는지, 꿈에 꿈임을 알아차리는 '자각몽'을 할 수 있는지까지 넘어갔더랬죠.


근래는 이전처럼 기억이 나다, 않다 해요. 마치 꿈을 꾸다, 말다 하는 줄 착각하며 삽니다. 어젯밤 꿈이 선명해 나눠 드리려고 해요.


이곳저곳 퐁퐁, 순간이동했는데요. 어느 시점엔 아이들과 욕조에 발가벗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곳에 왜 그러고 있는지, 알 수 없어요. 모든 상황이 그런가 보다, 가 되는 꿈에조차 괜히 그렇더라고요. '왜 여기 이러고 있지?' 하는 자각보다는, '옷을 입고 싶으니 얼른 애들을 씻겨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갖춰 입은 사람이 다가왔어요. 아이에게 좋은 말을 설교하는가 싶었는데요. 듣고 보니 '돈을 좀 달라.'는 이야기였어요.


헐벗은 상태인 것도 맞고요. 뭐라도 줄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아이가 곤란해하길래 "죄송해요. 드릴 수가 없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모자 아래였지만 숨길 수 없는 실망과 분노가 스치는 걸 보았어요.


"그렇게 살면 안 되지! 하나님이 지켜보고 있어요. 다 돌려받을 건데."


설교처럼 말이 길었지만 끝에만 가져와 봅니다. 제안을 거절당한 일이 유쾌할리가 없지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대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입니다. 달라는 게 돈이든, 사랑이든, 인정이든. 행동이 쉬워 보이더라도 그 마음이 쉽지 않은 걸 알아요. 단지 (거절당할까) 겁먹은 자기 마음을 보지 않고, 눈을 질끈 감는 게 함정이지요.


영업 소장 시절에도 거절이 두려운 영업인을 많이 보았는데요. 꿈에 나온 사람처럼 타인의 거절에 기분이 상하고, 악담을 퍼붓고 싶기도 하죠. 정말은 '바라는 게' 나의 자유이듯, '바라지 않는 것'은 상대의 자유입니다. 의심할 여지없이 헐벗은 상황이라도 거절당하는 게 싫다는 자기 마음에 갇히면 무엇도 보이지 않아요.


거절을 하는 게 어려운가요, 받는 게 어려운가요?


누군가가 나의 제안을 거절하거든, 그것 참 고마운 일입니다. 나 때문에 어려운 일을 해 준 거니까요. 만일 쉽게 거절한다면 나를 꽤나 가깝게 생각하는 걸 테죠. 또 내 눈엔 어째서 안 보이지만 상대가 홀랑 벗고 있는 줄도 몰라요.


이번주 라방은 '거절을 말하는 법, 거절당하는 법'을 이야기해 봐도 좋겠어요. ^^


비구름이 들어찬 하늘이에요. 읽고 쓰기 좋은 날입니다.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그대가 행복하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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