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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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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Apr 16. 2024

퍼즐 조각

아침편지

좋은 아침입니다. 며칠 전부터 새벽을 한 시간 당기기 시작했어요. 해가 길어져 연한 노란빛에 편지를 썼는데 푸르스름한 창 아래 괜히 기분 좋습니다. 시간을 당긴 건 원고를 살피기 위해서예요. 책을 내는 일이나, 요가하고 명상하는 시간에 우위를 다툴 수 없어요. 몸 마음을 바라보는 일은 뒷전에 둘 수 없지요.


4시 20분경이면 한 시간쯤 요가하고 명상해요. 편지 쓰는 건 30분 정도 걸리니까. 넉잡고 한 시간은 원고를 볼 수 있겠죠. 아이들 등교 후면 집안일이다 뭐다, 돈 버는 일에다 시간을 쏟기도 해서요. 일상을 사는 나와 그대를 괜히 쓰담쓰담해주고 싶은 아침이에요.


어제 '투바투'가 좋다는 딸아이와 두런두런, 이야길 나눴어요.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예요. 우리만도 그렇죠. 가진 게 외모든, 돈이든, 지식이건. 선망하는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고 말고요.


좋고 싫음이 있는 건 당연해요. 그 자체로는 문제가 없는걸요. 단지 특정한 이유로 사람을 우월하게 여기는 일엔 경계하는 마음이에요.


'나'와 '너'는 여러 조건이 맞물리면서 동시에 '내가 그린' 그림이에요. 높이 사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을 그려놓게 돼요. 우월감은 열등감과 같아요. 높은 곳이 있기 위해선 낮은 곳이 필요하지요.



"서연이가 사람을 좋아하는 건 아무 문제가 없어, 그건 예쁜 마음이지."



정말이에요. 분홍 꽃이 바람결에 살랑이는 걸 좋아하지 않을 수 있나요.^^ 내 눈엔 아름다워 좋다는데 나무랄 데 없지요. 다만 누굴 좋아하고 싫어하는 바탕에 너와 내가 '다르다'는 마음이면 불편합니다.



부쩍 자기 외모에 관심을 갖는 딸이에요. 아이돌이면 우선 예쁘잖아요. 자기 자신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죠. 투바투는 남자 연예인이라도 여자와 견주어 손색없을 미모더라고요.



하나를 가져다 놓고 보면 맞아요. 우린 다르지요. 오늘에 잘라 판단하면 어떤가요. 누가 좀 더 나아갔고 누군 뒤처져 있을 거예요. 삶을 통틀어 보면 어떤가요? 서로 다르다며 엎치락뒤치락해도 똑같이 늙고 죽음 앞에 설 텐데 말입니다. 불안해할 이유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미모를 가졌다고 여기는 이들조차 비교에서 벗어나지 못해요. 언제나 나보다 더 예쁘고 멋있는 사람을 발견할 테니까요. 돈을 가진 이는 어떤가요. 권력과 명예는요? 한 몸에 받는 인기조차 일순간 나락으로 갈 수 있지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다르지 않아요. 그대와 내가, 투바투와 우리는 같은 마음을 놓고 살아갑니다. 그 마음엔 불안과 수치심, 무기력도 있어요.


나는 그대가 좋아요. 노래를 잘해 좋고, 말을 잘해서 좋아요. 어떤 분은 키가 커서 좋고, 밥을 잘 먹대요. 배려 잘해 좋고, 조용해서 좋아요. 춤을 잘 춰서 좋고 책을 읽어 좋기도 해요. 열심히 살아 좋고 굼벵이처럼 여유로워 좋기도 해요.



제가끔 다른 모양으로 살아가는 그대 모습 그대로가 좋습니다. 특별히 사람을 높이려거나 낮추려는 마음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그대를 좋아하고 싶어요.



우린 각기 다른 빛깔로, 모양으로 살아가는 퍼즐 조각이지만 결국 하나의 그림으로 연결되어 있는걸요.



화요팅입니다! 애정하는 그대의 오늘을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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