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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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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Apr 17. 2024

자연의 순환, 그리고 순화

아침편지

좋은 아침입니다. 잘 잤나요? 어제 날이 날이었던지라 종일 슬픔이 한편에 머물렀어요. 세월호 10주기라도 그렇고 마침맞게 읽은 책이 그랬고요. 친구와 이야길 나누다 허우적대기도 했네요. 늦은 밤 텁텁한 가슴을 느끼며 분리수거를 했어요. 일부러 계단을 이용해 몇 번을 오르고 내렸어요. 찬찬히 걸으며 삶의 목적을 돌아보았습니다. 


지식을 높다랗게 쌓은 인류 덕에 세상은 앞으로 나아가는가, 싶지만 글쎄요. 인공 지능은 천리안을 지닌 데다 인간은 축지법이라도 쓰는가, 싶은데요. 온 세상을 집어삼킨 나의 슬픔엔 그 무엇도 소용없네요. 길을 걷다 새까만 하늘을 배경으로 삼아 솟은 연둣빛 잎에 감탄했어요. 화려하게 번쩍이는 세상보다 순환하는 생명의 경이로움이 저를 위로해요. 우리 모두 그렇지 않나요?


새벽은 엎어져 있다 명상했어요. 오늘 명상 강연이 있지요. 발표 자료를 올려다 하는 강연이 아니라서요. Q&A 시간이라고 여기시면 맞을 겁니다. 미리 만들어둔 음식보다 즉석요리를 좋아해서요. 사실 꾸미는 데 영 소질이 없습니다. 매일을 사는 제 모습을 투명하게 보여드릴 수밖에요..


흘러가지 못한 눈물이 창밖에 서렸어요. 밤사이 기온이 떨어지고 지상에 맺힌 물방울은 대기 중에 포화 상태입니다. 안개가 자욱해 흐릿해요. 운전 조심하시길 바라요. 


오후엔 맑게 개었다가 황사로 뒤덮일 예정이라니. 마스크도 챙길까요? 


매일이 지루하지 않도록 부지런히 애를 쓰는 자연입니다. 날씨가 그렇고 풍경이 그래요.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고 푸념하는 우리에게 진리가 뭔지를 보여 줍니다. 모든 것이 변화하는 중에 나라고 다를까요. 바라는 삶으로 나아가는 수도 있고, 정반대로 가는 길일지도요. 저라면 작은 목표와 자잘한 습관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스스로 커다란 성취나 업적을 이룰만한 사람이 되지 못해 그래요. 소소한 습관을 만들어 꾸준히 해나갈 뿐입니다.


이건 내 삶에 주인으로 충실하게 살기 위해서예요. 운명이 있다면 운명에게, 마음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고요. 끈덕지게 달라붙는 생각의 루프에서 헤어 나오고 싶어요. 관성에 젖고 싶지 않아요.


실패도 성공만큼 습관이 됩니다. 해서 목이 꺾이는 목표나 부당한 계획을 경계해요. 부족한 나를 사랑해야 마땅하지만, 작은 성공으로 나 스스로를 유쾌하게 만드는 일들부터 쌓아가시는 것도 좋겠어요. 자기 효능감,이라고 부르죠. 그 목적엔 더 많은 걸 얻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내 삶의 운전대를 누구에게도 맡기지 않기 위해섭니다.


계단 오르기도 좋아요. 작은 행동을 마음먹고 실행하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우리 뇌는 큰 성공이나 작은 성공을 구별하지 못한다고 하죠. 성공을 습관으로 만들어 가는 수요일 되시길! 오늘 밤 8시엔 줌(zoom)에서 만날게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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