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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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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Apr 18. 2024

가족 회의하는 날

아침편지

글모닝! 누런 창밖이에요. 연일 이어지는 황사는 내일 오후께 물러갈 예정이라고 해요. 그러거나 말거나 봄볕에 열일하는 새싹들입니다. 연둣빛 물든 풀잎에 위안받아요.


어젯밤은 줌(zoom)에서 명상 이야길 함께 했어요. 한 분만 오시더라도 진하게 나눌 요량이었지만요. 평일 밤이면 얼마나 바쁜 시간인가요. 스케줄도 많은 현대인들의 피로도를 알다 마다요.


저만큼이나 내내 조용한 단톡방이라도, 내어주려는 마음뿐이라도 피로를 더하는 건 아닐지 염려해요. 삶은 숙제가 아니라 축제여야 하죠. 단톡방의 목적과 취지를 말씀드리면, 꼭 같이 가치관이 닮은 분들과 좋은 강연을 함께 듣고 싶어서예요. 하고 있는 일련의 공부들도 공유하고 싶고요.


5월엔 배우이면서, 자기 내면을 성찰하는 데 진심인 작가님을 모시기로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그분의 서사도 그렇고 여러모로 마음이 가는 분입니다. 이 부분은 책 서평과 함께 2주 안에 공지하도록 할게요.


어젠 딸아이가 한참을 친구와 통화하는 모습에 불편한 마음을 느꼈어요. 곧장 책상에 앉아 저를 살폈는데요. 자기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더라고요. 근래 자신에게 많이 드는 마음이란 곰방 수 있었어요.


글 쓰는 것도 좋고, 책 읽는 것 좋아요. 강연을 열고, 독서 모임을 꾸려가는 것도요. 정작 '제대로'하고 있지 않다는 마음인 것은. 다름 아닌 가장으로서의 나, 경제 주체로서의 역할입니다.


오래간 '돈을 잘 벌어야 한다'는 기본값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서요. 이 생각이 옳고 그름을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어떻든 자는 시간을 빼고 하루를 대략 15시간이라고 한다면. 최소 8시간은 경제 활동을 했다고 봐야죠. 저 역시 출퇴근을 했던 사람이고 대부분의 시간 버는 일에 할애하며 살았습니다. 그런 생활 패턴을 놓은 지가 1년이 넘어 가는데요.


처음 직장에 나와 느꼈던 죄책감과 불안을 다시 만났어요. 사소한 사건으로도 충분히 만날 수 있는 마음이지만요. 저는 핑계 좋게도 양 어깨에 아이 둘을 이고 살아가고 있어서요.


아이들이 하교하면 뒷산에 오르기로 했는데, 뿌연 하늘이네요. 약속대로 아파트 안에 헬스하러 다녀오고 남는 시간은 이 고민을 같이 나눠야겠어요. 가족회의? 경제 포럼이랄까요.ㅎㅎ


현실과는 관계없이 마음엔 늘 파도가 일렁입니다. 집어삼켜지기보단 유유히 서핑하다 떠나고 싶어요. 오늘도 우리, 휩쓸려가지 말기로 해요. 몸 마음 살피는 오늘 되시기를.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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