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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Apr 19. 2024

하나의 선택

아침편지

날마다 새로운 봄날 아침이에요. 편지를 쓰는 지금은 5시 49분이고, 창밖에 푸른 새벽빛이 관능으로 빛나요. 시간마다 빛깔이 달라지는 것은 하루가 먼데요. 편지를 마무리할 즘은 창에 노란빛이 새어 들어올까요?


누군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금요일이라고, 말하네요. 매일이 기다리던 오늘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눈을 뜨면 어제 일을 끌고 오지요. 내일까지 가져와 생각을 굴리기 쉬운데요. 구른 생각들은 어느새 눈앞을 가릴 만큼 커져 버립니다. 머리에 들어찬 묵직한 양에 입이 다물어지기도 해요.


새벽 명상하면서 붙잡은 생각, 감정을 흘려보내는 까닭이죠. 눈앞에 두고도 보지 못하는 기쁨을 생생하게 느끼고 싶어서요. 사랑하는 아이 눈을 바로 보고 싶고요.


라방을 약속한 날입니다. 오늘 라방은 <거절하는 사람, 거절당하는 사람>을 주제로 이야기해 볼까, 해요. 4월은 내내 '부모님과의 관계'에 주목할 요량이었으니, 거절의 주체는 '나'이면서 부모님이기도 할 테죠.


거절할 상황을 되도록 만들지 않는다고 말하신 분이 계신데요. 무언갈 선택한다면, 결국 나머지 선택지를 버리는 셈입니다. 실은 매 순간 거절하고 있는 우리예요. 책을 읽기로 하는 시간이면 유튜브 보기를 거절한 것처럼요. 대화하면서도 마찬가지예요. 결단하지 않는 일이나, 도망가고 외면하는 일조차 실은 거절인 셈이고요.


왼 편과 오른편, 하나를 고르라면 결정을 포기하는 분이 있어요. 선택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임을 간과하는데요. 소소한 결정은 매 순간 이뤄지고 있어요.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버릇이 든 사람이면 스스로 결정하는 일을 자기에게 거절하고 있지요.


나에 대한 거절과 타인에 대한 거절이라.. 우리, 나와 남을 구별할 필요 없어요. 나를 대하듯 남을 대할 수밖에 없는 우리라서요. 나를 낮추는 태도의 근간에는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 가 되어야 마땅해요. 만일 나는 낮고 너는 높다는 식이라면, 나보다 낮은 타인을 또 그리게 됩니다. 높고 낮음이 '진실로' 있는 듯 보이지만, 홀로 높거나 혼자서 낮을 수 없는 노릇이에요. 상대 따라 달라지는 것을 두고 진실이라고 말할 수 없어요.


나의 부족한 면, 모자란 점을 대하는 태도를 유심히 살피세요. 못 본 척하거나 바꾸려 들며 미워하기 쉬워서요. 타인을 향해도 마찬가집니다. 불편한 타인을 대하듯 나 자신을 대하고 있어요.


아침 편지는 작정하고 쓰는 글이 아니라 줄줄 흘러나옵니다. 글이 어느 곳을 향할지 몰라요. 마치 오늘 하루와 같죠. 우리 어디로든 밀고 나갈 텐데요. 그대 삶의 질곡이 나와 닮았어요. 누군가는 여직 겨울에 머물지, 짙은 여름에 먼저 가 있는지도 모르지만요. 나의 오늘을 가감 없이 생동하시기를. 지금에 있지 못하는 나를 1초라도 여기 놓기로요. 봄날 하루 보내고 밤 9시, 라방에서 만날게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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