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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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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Apr 21. 2024

봄날 일요일을 맞이하는 태도

아침편지

글모닝! 맑은 아침이에요.


길 따라 걷고 싶은 마음을 누른 참입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깨면 엄마 없다고 놀랄까 봐서요. 이젠 아프지 않고야 깨는 일은 잘 없지만 혹시 모를 일입니다.


구름 사이 군데군데 묻은 아침 햇살이 노랗고 보드라워요. 하늘에야 볕을 가린 줄 몰라도 마음은 화창합니다. 며칠이면 글로 3 기분들과 모임을 가질 거예요. 무엇보다 일요일이니까요. 아이들은 아빠와 외출을 약속했어요. 20대면 몽롱하기만 했던 혼자만의 시간이 이제와 참 소중할 수밖에요. 아이들이 훌쩍 자라고 나면 함께 하는 이 시간이 아쉬울 걸 알아요. 언제나 지금에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미련 떠는 이 마음이 간사하고 귀엽습니다.


새벽은 요가하고 명상했어요. 주기적으로 앓는 소리를 내는 몸이 작년과 다르고, 어제와 또 달라요. 그러면 그런대로 느끼고 바라봅니다. 푸른 잎이 물들고 땅에 떨어져 썩는 것이 순리겠지요.


명상하며 알은 것 중에 하나인데요. 생각, 감정, 의지 따위가 내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 이야길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가슴에 아는 것은 차이가 있어요. 할 수 있는 건 관찰하는 일이고 내맡기는 수밖에 없어요. 지금에 있으려는 태도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해요.


뒤로 가나 멀리 내다보나 다를 게 없이 어리석다는 걸 알게 돼요. 감정이 풍부해지고 감사가 늘어납니다. 일부러 노력하려는 생각은 빠지는데, 도리어 열심을 내게 돼요. 자잘한 일이나 커다란 사건에 구별이 없습니다. 결정이 쉽고 가벼워 그래요.


편지를 쓰고 나면 지브리 음악을 여리게 틀어놓고 청소하려고 해요. 어려서 수도 없이 '칠칠맞다'는 이야길 듣고 마음에 새겼어요. 확언하는 분들처럼 최면에 걸린 셈이죠.


부정적인 면이라서가 아니에요.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가 되고 싶은 게 본심이에요. 옳지 못한 게 아니라 다른 거라서요. 나쁜 게 아니라 아픈 거고요. 긍정에든 부정이든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믿는 건 자기 스스로를 가두게 돼요. 실은 자로 재고 집어넣을 수 없는데 말입니다. 자연이 그러하듯 우리도 매 순간 달라지고 있으니까요.


계획과 결단은 재미로요. 삶의 양념 같아요. 그냥 먹어도 다채로울 맛이지만 기왕 당기는 조미료를 첨가하는 겁니다. 오늘은 짠맛이 당길 수도 있고 어제는 단 맛이었을지 몰라요. 저는 쓴 맛을 선호하는 날이 많아요. 혀에 닿으면 흥이 오르고 뒤로는 텁텁함이 남는 게 단 맛이죠. 반대로 앞은 별로라도 뒷 맛이 편안하고 달달한 게 좋아요. 마치 운동처럼요.ㅎㅎ


오늘은 어떤 맛이 나는 하루일까요? 계획과 같이 뻔해도, 생각과 달라도 좋아요. 함께 오늘을 사는 그대가 있어 더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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