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결혼은 해준대?

메리 크리스마스

by 하민혜

이른 아침, 저는 책을 읽고 딸은 노란 옥수수 수프를 떠먹고 있었습니다.

소소한 일상 풍경에 딸이 던진 말은 묵직했습니다.


"엄마, 인싸가 아니라 아싸이면 어른 돼서 일도 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아."

"음.. 그렇지 않아. 다들 일은 하고 살지. 돈이 필요하니까."

"일 안 하고 남편한테 달라고 해야지."

"누가 결혼은 해준대?"

"인스타나 뭐 채팅 같은 걸로 만나면 되지."


요즘 아이들에겐 온라인 세상에서의 만남이 쉽다는 것 즈음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물론 제 딸은 9살이니까 아무 말 대잔치일 수 있겠죠.

"서연아. 결혼이 답은 아니야. 돈 한 푼은커녕 때리는 사람도 있는걸."

"그럼 이혼하고 재혼할 거야"

"말은 쉽다. 애들은 어쩌고?"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잘 설명하면 돼~!"


관념으로 똘똘 뭉친 분이 딸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고개를 들 수 없을 것만 같은 상황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어린아이들임에도 담담히 별거를, 이혼을 설명했던 모습을 어린 딸이 그대로 보여주니까요.

이혼이 아무렇지 않은 딸은 정말 쉽게 이혼을 결정하는 사람이 되는 걸까요?


"애가 있는 아줌마랑 누가 재혼해 주니"

"엄마처럼 돈 잘 벌고 예쁘면 재혼해 줄걸.

엄마, 그런데 엄마는 재혼하지 마."

"엄마는 이혼도 안 했는데 무슨 재혼이야."

"응 근데 이혼은 해도 되고 재혼은 하지 말아"

"엄마는 엄마가 알아서 할 테니, 우리 딸 너나 잘하세요."


이야기가 어느새 여기까지 흘러갔네요. 방구석에 있는 남편이 한숨을 크게 내쉽니다.

아이 입에서 저런 말들이 흘러나오는 게 못마땅한 겁니다.

'이혼은 절대 나쁜 것이다.'라고 새겨주고 싶었는데 실패했으니까요.


사회 속에 섞여 사는 우리에게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의 가늠이 타인이고 세상인 일이 쉽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토론하면 '세상이 그러니까! 그게 옳은 거니까!' 하고 따지기 쉬워요.

기준을 밖에 두는 이가 대단한 성자이고 바르고 올곧은 사람인 걸까요?


아이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온대도 그것이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의 기준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실제 그런 판단은 진리일 수 없으니까요. 남을 보지 않을 수 없지만 언제나 자기 안에 중심을 두고 살아가길 바라요. 지금 딸아이의 생각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이어지진 않습니다. 생각이란 것은 언제나 변하기 마련이죠. 변하는 것을 진실이라고 볼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하고요. 일일이 발끈할 필요가 없습니다.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면서 지금 저의 생각 또한 그저 흘려보냅니다. 다가올 일들에 미리 가려고 하지 않아요. 오직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도록 노력해 봅니다.




크리스마스 아침이라선지 더 기분이 들뜹니다.

외출 준비 중에 시간이 남아 사랑스러운 딸과의 일상을 남깁니다.

저는 오늘을 살며, 배우며, 사랑하렵니다.

Happy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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