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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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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Apr 28. 2024

살다 살다

아침편지

글모닝! 새벽이 환하네요. 날마다 해가 길어지는 모양입니다. 새로운 것을 대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만나고 싶어요.


눈뜨고 물 한 잔 떠다 매트 앞에 놓습니다. 곧장 좋아하는 아쉬탕가 요가를 하지만 몸 마음에 따라 가만 꼼짝하기 싫을 때가 있어요. 언제까지고 시간이 흐르지 않을 것처럼 몸을 흐느적거립니다. 시끄러운 마음을 나무라지 않아요. 


얼마 못 가 습관처럼 몸을 일으키는데요. 이런 날엔 몸뚱이가 태산처럼 느껴져요. 과연 내 몸과 마음보다 더한 것이 있을까, 싶게요. 글귀로 읽기보단 몸소 체험하는 겁니다. 자기 자신을 이겨내는 것이야말로 세상 가장 큰 일이라는 것을요.ㅎㅎ


어제 아이와 뒷산을 올랐어요. 군데군데 꽃이 보이긴 해도 여름산의 정취가 느껴져요. 민머리 동산이 어느새 무성한 가발을 쓴 듯합니다. 같은 눈으로 아이가 말했어요.


"엄마, 온통 초록이야. 와 자연은 정말 힘이 세구나!"


부지런히 걷다 사방으로 흔들리는 나뭇잎을 바라보았어요. 살아있는 것은 이렇게나 흔들리는 법이죠. 땅에 떨어진 채로도 흔들릴 수 있지만 금세 딱딱해지고 바스러질 거예요. 연약한 그대야말로 생의 몸부림인 겁니다. 앞뒤 없이 단단하면 부러지거나 부서지기 쉬워요.


손을 잡기도 하고 놓기도 해요. 아이가 제 옆을 비껴가더니 조구려 앉아 흙을 파기 시작했어요. 뿌리째 뽑아 든 잡초를 도로 심어준다고요. 열심입니다. 동그라진 나뭇가지 하나 손에 쥐어줬어요. 풍경이 다른 땅에 앉은 잡초는 또 다른 모습이에요. 별 의미는 없어요. 자기 몫을 다한 아이는 해맑게 제 갈길을 가요.


이제껏 삶이 그래놨어요. 별 의미가 없을지도요. 씨앗을 품은 일과 새싹이 여무는 일이 경이라면 부인하지 않겠어요. 어느 날 눈뜨고 보니 아이 젖을 먹이고 있더라, 자고 일어나 보니 백발이 성성하더라. 는 게 삶인지 몰라요.


어깨며 허리는 어때요? 뱃속은 안녕한가요. 지금 이 몸 어딘가 긴장한 구석이 있는지 살핍니다.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요. 스트레스는 몸 마음 곳곳을 딱딱하게 만들어요. 꿈같은 오늘입니다. 말랑말랑한 일요일 보내시길 바라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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