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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May 17. 2024

금빛 하루

아침 편지

금모닝! 황금 로드가 펼쳐질 것만 같은 아침이네요. 뜬금없이 이런 생각이 든 것은 구름이 들어찬 배경에 금빛이 물들고 있어서요. 마침 내일 새벽 독서모임에 나눌 책은 <부의 골든 타임>이고요. 어제 김황길 작가님의 <골드 로드> 북클럽에 임했다니, 소름입니다.ㅎㅎ


어느새 금요일이에요. 5월 한 달은 '사랑'을 주제로 라방을 하렸는데 주제 투표를 잊었네요. 투고 막바지에 이른 마당에 다른 작가님 책을 만드는 일에까지 들어간 참이에요. 새벽 명상하며 숨을 고르고 부담을 덜어냈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라 온 거겠죠. 만나야 해서 만났을 거고요.


정신만 차리면 호랑이 굴에라도 산다는 말을 믿으시나요? 지금 우리 숨을 마시고 내뱉어 볼까요. 조금 길게 내쉬면서 속으로 지금 여기,라고 말해요. 흩어지고 우왕좌왕하는 생각이 잠시 멈추고 고요해집니다.


퍼석한 건빵을 먹고 있어요. 수분이라곤 어디로다 가버렸는지 몰라요. 어릴 적 건빵 속에 들어 있던 작은 별사탕을 좋아했어요. 사탕이 전부고 건빵 몇 개면 달랐을까요. 그런 조합이라니 영 엉뚱하긴 합니다. 


일 년 전 즘엔가 비스킷을 먹으면서 아침 편지를 썼어요. 건빵엔 눈이 두 개고 그때 먹었던 비스킷은 세 개였어요. 죄다 구멍이 뚫려있는가 했더니 틈이 없음 쉽게 부서진다고요. 공기와 수분이 빠져나가 단단하게 굽기 위해라나요. 도넛의 구멍도 그런 거래요. 고루 잘 익기 위해서요. 내 삶이, 나란 사람이 왜 이렇게 허점이 많은가 했더니, 다 살려고 했나 봅니다. 단단해지려는 거고요.


버겁다 싶을 때면 부족한 내가 싫었어요. 연년생 젖을 물리면서 수면 고문을 당할 땐 나 스스로가 얼마나 미웠는지 몰라요. 그토록 사랑하는 아이들 울음소리에 짜증이 오를 때 자학한 적도 있어요. 남편하고 사연이 있는 데다 혼자 아이 둘을 챙기는 게 버거웠어요. 나자빠지거나 앓는 소리라도 뱉으면 큰일 난다고 여겼을 겁니다. 그렇게 자라서요.


지금은 달라요. 못한다고 해요. 못하겠다고, 힘들다고 이야기해요. 부족해서 못나서 속상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구멍이 있음을 인정해요. 그런 내가 싫지 않아요.


단단해지려고, 그랬나 봅니다. 아팠어요. 목숨을 잃은 건 아니라지만 큰 병원도 두 번을 갔는데요. 속에 묻으려는 상처가 곪고 곪아 사랑하는 아이들을 마주하면서부터 터져 나왔던 거예요. 사랑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어요. 기어코 자기를 보게 하죠.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든 이유예요. 인정하기 싫은 자기 자신을 바라보게 하고, 수용하라 하니까요.


오늘은 어떤 하루인가요? 사랑하기 좋은 날입니다. 구멍을 메우기만 하면 부서질지 몰라요. 완벽하지 않은 그대라, 어설픈 오늘이라 좋습니다. 모처럼 맑은 주말이 기다리고 있어요. 즐거운 오늘 보내시길 바라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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