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아침 편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민혜 May 19. 2024

바뀌는 건 전부였다

아침편지

좋은 아침입니다. 


새벽은 적당히 엎어져 있었어요. 명상하다 눌어붙고 요가하다 엎드려있는 거죠. 왠지 모르게 심술 난 마음을 바라봤습니다. 


끈기 있으신가요? 저라면 작은 곰처럼 참을 때가 많아요. 누군가는 높이 살지 몰라도 누구에겐 참으로 답답하죠. 곰과 여우라면 비교가 되시나요. 그런 사람이 정해진 건 아니에요. 환경이 성향을 만들어요. 쟤는 성격이 그래놔서,라고 말하기 쉬워요. 그런 건 없어요. 모든 게 환경으로 만들어진 습관이라고 봐요.


타인에게 하듯 나의 성격을 고정시키는데요. '나는 그런 성향을 가졌어', '나는 이런 성격이야.' 정확히 말하면 그걸 '가진 게' 아니라 그렇다고 믿는 거죠. 테두리를 만들고 살면 편하니까요. 선 밖을 나가면 위험한 것 같아 자기만의 안전지대를 만들어요. 안전지대란 내가 믿는 '나'를 포함해요.


어려서 뭐든 드러내기 어려운 환경이었어요. 가난하진 않았지만 엄마가 잘 듣지 못하셨고요. 대가족 아래 원치 않던 둘째 딸이라 눈치 보며 자랐어요. 착하려 했고 척하려 했지요.


재밌는 건 들리지 않으면서 들리는 척하는 게 엄마만이 아니었다는 거예요. 세상에도 갖은 이유로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많대요. 스물넷 신촌에 바(bar)를 운영할 때 건물주는 저를 쳐다보지 않았어요. 30년대 생이셨던 걸로 기억해요. 술집을 운영하는 어린 여자라 그랬을까. 남자 매니저하고만 이야길 하셨어요. 매니저가 부재중이면 가게로 오던 걸음을 돌리셨고요. 


삿대질을 하는 사람 앞이라도 입 뻥긋하지 않았어요. 끈기가 있고 보니 무언갈 끊어내기도 어렵습니다. 불만하거나 문제 삼기를 잘하지 않으니까요. 


과거 얘기예요. 어느 날부턴 거절을 잘해요. 어색하게 화도 냅니다. 단지 화산 폭발하듯 쏟아내는 게 아니라 카리스마 있게 화를 내고 싶어요. 여전히 끊기는 어렵지만 몰아붙이지 않아요. 


여러분의 성격과 성향은 어떤가요? 그게 내가 믿는 타인의 성격처럼 고정된 걸까요. 


"민혜야. 난 이런 건 정말 고치고 싶은데 안 고쳐져!"


고치고 싶다,는 전제가 틀려서 그래요. 정작은 내가 바뀌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어서 고요. 

단점이라고 믿는 곰 같은 성격 덕에 혜택을 본 일이 많아요. 손해를 본 적이 있대도 은연중에 이게 낫다고 믿어요. 달라지지 않을 건 없어요. 내가 제한하고 있을 뿐이죠. 그럼 우리가 못마땅한 자기 성격일까요? 


내가 나를 이해해 주지 않고 무작정 비난할 때 심술이 나요. 내가 누구 때문에 바꾸지 않는 건데, 정작 자기가 자기 스스로를 '이렇다'며 가두고 있으면서. '나는 왜 이러지' 불평하고 있으니까요.


바뀌지 않는 게 아니라 바꾸지 않는 겁니다. 탓할 건 없어요. 그게 좋은 이유가 있어서예요. 실제로 좋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한 게 없지요. 그러니 한쪽을 굳이 쥘 필요도 없지요. 그때그때 달라지는 것이 진실이에요. 


여유로운 일요일 보내시길.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금빛 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