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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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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May 24. 2024

판단하지 않는 마음

아침편지

구름이 내려앉은 걸까요. 뿌연 보정이라도 한 것 같은 창밖이에요. 잘 잤나요? 


잠이 늦어 새벽은 요령껏 움직였어요. 이런 날 운동을 세게 하면 독약이라고 해요. 매일 새벽 나를 살펴요. 우리 몸 마음이 고무줄 같아요. 어느 만큼은 따라와 주지만 너무 세게 당기면 반작용도 큰 법이에요. 운동이든 뭐든 좋은 일이라고 무리하지 마셨으면 해요. 뭐라도 내일이 아니라, 오늘을 잘 살기 위한 거니까요.


어젯밤에 우리 단톡방에서 '유덕권' 작가님 북토크를 열었어요. 같이 웃으며 이야기 나눌 수 있어 반갑고 좋았습니다. 모두 최면에 걸린 것과 같이 살아간다는 말씀이 유독 기억에 남아요. 가짜 생각에 휘둘리고 문제를 반복하는 까닭이지요. 너와 세상이 바뀌지 않는 게 아니라 내 '생각'이 바뀌지 않는 거라고요.


오랜만에 친구가 집엘 찾아왔어요. 자기 문제가 도돌이표로 느껴졌다고 말해요. 물음표를 들고 온 겁니다. 무의식 이야기라면 살짝 콧방귀를 뀌던 친구예요. 돈 벌기를 잘하고 바깥이 중요하다고 믿어서요. 문제를 해결해야지 마음을 왜 들여다보고 앉았냐는 식으로요. 들이받고 몰아붙이길 잘해요. 흉보는 거 아닙니다. 좋아하는 친구예요.


스스로 자기를 돌아보는 게 중요하다는 제 말이 늘 가슴에 남았다고요. 대화는 자연스레 '사랑'이 무엇인지에 달했어요. 아이가 저기서 퍼즐을 만지작대요. 엄마가 다가갑니다.


"자꾸 기웃대지 말고 이렇게 해야지~ 여기다 끼우고 블라블라.." 


다른 엄마는 이렇게 말해요.


"우리 윤우 너무 똑똑하다. 뭐가 되려고 이렇게 잘해?"


또 다른 엄마는 곁에 지켜보며 말해요.


"윤우 퍼즐 맞추는구나."


엄마들 모두 아이를 사랑해요. 우리 모두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요. 첫 번째 엄마는 기왕이면 잘하라고 말하고 두 번째 엄마는 너무 잘한다고 칭찬해요. 특정한 상황이 '좋다'라고 믿는 건 다른 상황은 '나쁘다' 판단하는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쁜 편에 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죠. 두려움이 섞일 수 있어서요. 세 번째 경우엔 그저 바라보고 관심을 기울여요. 심판하지 않지요.


사랑을 준다는 건 그저 바라보고 함께 하는 겁니다. 어제 저를 찾은 친구는 우리처럼 사랑을 어려워해요. 우린 아이를 대하듯 자기 자신을 대할 겁니다. 조종하려 하고 몰아붙이기도 할 거예요. 자기를 믿지 못하면 아이를, 아니 누구도 믿지 못할 거예요. 


"그림 그리는구나." 


과정을 말하고 같이 있어 주세요.^^ 스스로에게도 마찬가지예요. 나의 몸과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요. 나무라거나 억지로 끌어올리지 않아요. 좋고 나쁨 없이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세요. 나는, 그리고 아이는 염려없이도 스스로 잘 살아갈 겁니다. 걱정이나 내심 의도를 품은 칭찬보다 신뢰를 주세요.


회색 빛깔 세상에 그대 미소가 간절해요. 오늘 한 번이라도 더 미소 지어주시길.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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