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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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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May 25. 2024

방황은, 오늘은 나만이 아니라서

아침편지

글모닝! 시간이 멈춘 듯한 하늘이에요. 나무도 잠잠합니다. 길에 사람마저 적어요. 분간이 가지 않는 요즘이지만 '확실히' 토요일이네요.


2년이 되려나요. 퇴사합니다! 쿵쿵거리며 나선 게 아니라서 날을 세진 않았어요. 어떻든 잘만 다니던 회사를 그만 나왔지요. 옆자리 앉은 소장님은 오늘 같은 날씨를 좋아했어요. 술 마시기 좋은 날이라고요. 건드리면 눈물을 쏟을 것 같은 눈망울을 지녔어요. 소장님이 그랬고 오늘 아침 하늘이 그래요.


새벽 명상하며 쉬지 않고 뻗쳐대는 생각을 바라보았어요. 한심하다가 애틋하고 우습고 하대요. 가만 보면 살아있다는 것은 쉼 없이 걷는 일이구나, 싶은 거예요. 멈추려야 멈출 수 없는 생각이 '생(生)'의 본질과 닮았지요. 어디든 내달리는 말과 비슷해요.


만일 계속해 걷는 게 삶이라면, 반대로 걸어야만 속도를 늦출 수 있을까요. 마치 헬스장에 러닝 머신이나 컨베이어 벨트 위에 있다면요. 반대로 걷는다는 건 직장을 그만두거나 병에 걸리는 일도 해당하겠지요. 이혼이나 이민처럼 커다란 사건이요.


살던 대로 사는 게 아닐 때, 세상이 옳다고 믿는 것에 반대로 나아갈 때, 어쩐지 반대로 걸을 때면 멈춘 듯한 착각이 드는 이유인가 봅니다. 더는 살지 못한다고(걷고 있지 않다고) 믿는 거죠. 몸이 아픈 것이야 병명이 확실하면 차라리 나을지 몰라요. 마음이 아플 때의 답답한 머뭇거림은 꺼내기조차 어려워서요.


조잘거림을 끝내는 게 불가하듯 삶은 멈추지 않지요. 아침을 맞이한 우리 모두 계속해 나아가고 있어요. 방향을 몰라 답답한 때면 스스로에게 말해요. 애초에 목적지란 존재하지 않는다고요. 삶에 최종 목적지가 궁금하신 건 아니죠? 열 살 아이도 막판 보스를 알아요. 언제 어떻게 죽을지가 우리 삶의 방향일 순 없잖아요. 결말을 향해선 삶을 더 누릴 수 없을 거예요.


방황하는 게 당연해요. 어지러운 생각이 삶 그 자체니까요. 그 덕에 세상은 다채롭고 아름다운 겁니다. 흥미를 놓으려다가도 다시 살게 하지요. 오늘을 사는 것만으로도 대견하고 감사해요. 걷는 것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 큰 위안입니다.^^


오늘 글로 3기 마지막 오프 모임이 있어요. 글로 멤버에 책방지기가 계셔서 그리 가기로요. 술도 마실 수 있더라뇨. ㅋㅋㅋ 오다가다 들르실래요? 책방은 서울 성북에 <햇살 속으로>입니다.


행복한 토요일 보내시길 바라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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