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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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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May 26. 2024

퀘렌시아

아침편지

좋은 아침입니다. 키보드 얹은 손이 노르스름하네요. 점심부턴 비소식이 있어요.


잘 잤나요? 어제는 정말이지, 꽉 찬 하루였어요.


여럿 연유로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 것처럼, 차를 덜 타긴 해요. 이전보다 절반도 되지 않아요. 어제라도 지하철을 타는 편이 나을 게 빤했어요. 모임이 두 개였어요. 아침부터 움직이면 밤이 돼서야 돌아오겠더라고요. 혼자만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줄 수밖에요.


퀘렌시아, 들어보셨나요? 20대 내내 훌쩍 떠나는 여행이 그랬고 운전하는 차 안이 그랬어요. 혼자 살던 시절엔 집도 어느 만큼은. 어디로든 '혼자' 있어야만 했어요. 나를 숨겨야 했던 거죠. 누가 보아도 외향적으로 보이는 특질을 가지고 있어서 더해요. 입을 다물고 아무도 날 보지 않는 순간이 필요했어요. 가족이나 연인을 포함해요. 아무도 없어야 했어요.


결혼하고는 숨기가 곤란하죠. 우선 내 몸 같은 아이들이 늘 곁에 있어서요. 아이를 다른 집에 맡기거나, 할머니더라도 곁이 아닌 곳에 재운 적이 없어요. 흔히 말하는 독박 육아 같은 걸 했는데요. 상황이 그렇다고 핑계 대지만 제가 바랐던 걸 알아요.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생각, 모든 걸 엄마가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더라고요.(지금은 아닙니다.ㅎㅎ)


아이 아빠의 주머니 사정 덕에 회사를 다니면서는 출퇴근하는 차에서 '쉼'을 느꼈어요. 유일하게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이니까요. 어려서부터 운전과 휴식 사이에 어떤 연결 조각이라도 새긴 모양입니다. 여전해요. 이제 어느 도 운전하지 않아도 편안한 건 명상 덕분이에요. 매일 새벽 제대로 숨 쉬기 위해, 오늘을 정성껏 살기 위해 명상하고 있어요.


어떻든 어제는 종일 사람과 함께였지요. 대단하고 멋진 데다 아름다운 분들이에요. 글로 모임이 그랬고 작가님들이 그래요. 성북에 있다가 뒤엔 압구정을 누볐어요. 두 번째 약속에선 눈에 띄게 몸 마음이 바닥나더라고요. 굳이 절반만큼은 지하철을 타고 나머지엔 차를 움직였거든요. 그렇게 차에 혼자가 되고 나야 모든 피로가 온몸을 휘감았어요. 긴장이 풀려서요. 휴식할 시간입니다.


오늘엔 혼자 있을 시간이 많아요. 아이들이 아빠와 놀러 가요. 집안일로 절반을 보내도 모자랄 판이지만요. 음악 틀고 차분히 정리할 테니 그조차 '쉼'이지요. 읽고 쓰렵니다. 오늘 그대가 편안하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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