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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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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May 23. 2024

산은 삶인가

아침편

좋은 아침입니다. 몸 마음은 어떠신가요? 오늘 북토크가 있는 날이에요. 글로 독서 모임을 시작하고 2기부턴 외부 강연을 약속한 참이에요. 핑계로 내가 이야기 듣고 싶은 분을 모시는 것 같아요. 유덕권 작가님도 그래요. 글로 님들에야 말씀드렸지만 이번 역시 이유가 있어요.


어제 산에 종일 있었어요. 딸은 예민한 편이에요. 불평이 잦아요. 산에 가자면 신나서 좋다면서도 매번 더는 못 올라가겠다고 말해요. 아들은 묵묵합니다. 섬세한 건 둘 다 마찬가지예요. 


딸이 계속 투덜대자 덩달아 힘들더라고요. 겨우 정상에 올라 쉬는데, 딸이 먼저 내려갔어요. 돌발 행동을 잘해요. 무성하게 엉킨 숲으로 조금 멀게 목소리만 울립니다. 


"내려와 엄마~"

"여기 좋은데? 올라와 서연아."


서로 내려오란다, 올라오란다. 5분가량 지났을까요. 기어코 먼저 내려갔어요. 아들과 얼른 따라갔지요.


"같이 가, 서연아~"

"둘이 거기 살지 왜!?"


토라진 딸을 따라잡으려는데 좀체 가까워지질 않아요.ㅋㅋ 후다닥 가면서 서두를수록 신경질이 나는 겁니다. 서로가 서로 말을 듣지 않은 건데, 혼자 내려간 건 서연이 넌데!


헝클어진 마음을 살피다 그 순간 여기 있지 못하는 엄마와 딸을 알았어요. 우선 나무라는 이 마음부터 다독이고 다시 지금 여기를 즐기기로요. 먼저 가면 좀 어떤가요. 서연이는 서연이대로 마음을 살필 시간이 필요하지. 싶은 거예요. 가장 큰 건 뭐였냐면요. 딸이 계속 즐겁고 기쁘길 바라는 게 이상한 거예요. 삶에도 그렇지요. 화내거나 짜증을 내면 안 된다는 생각이요. 애초에 부정적인 감정 자체를 보기 싫어해요.


문득 나에게 질문한 거예요. 산이 삶이라면 어떤가, 내내 좋은 기분이길 바라는 건 왤까. 그래야만 잘한 여행일까. 옳고 그름을 따지는 마음을 내려놓다시 산을 맛볼 있었어요. 어제 우리 이야기 나눴지요.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없잖아요. 


딸은 나름대로 하산을 즐긴 모양입니다. 보이다 말다 했는데요. 특유의 넉살로 많은 사람과 대화 나누고 마음을 나눴대요. 아이를 격려하는 많은 분들과 간식을 나눠주시는 분, 사찰에서 마실 물과 떡을 주시는 분까지. 마치 우리 삶처럼 다정한 손길이 오갔어요. 


"오를 때 나 밀어주고 잡아주느라 힘들었을 텐데, 엄마 덕분에 오늘 너무 행복했어."


딸이 제 팔을 잡고 말해요. 좋은 감정이 아닌 것을 느낀다고 하루를 망치는 건 아니에요.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야말로 여행을 망치는, 내 삶을 괴롭게 하는 길이죠.


괜찮아요. 재채기를 계속할 수 없는 것처럼 모든 감정은 흘러가요. 어떤 마음을 만나도 행복할 수 있어요. 기분 좋은 느낌만을 행복으로 착각하지 말기로요. 오늘은 읽고 쓰렵니다. 아이 둘 밥 주려면 돈도 벌어야겠지요. 행복한 오늘 보내요 우리,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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