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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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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May 31. 2024

좋은 게 좋다는 생각

아침편지

좋은 아침입니다. 아침 새벽부터 햇살이 화려하네요. 조명을 켜지 않아도 되겠어요. 마침맞게 신나는 금요일입니다.


어제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 왔어요. 집에 막내 동생이 결혼을 앞두고 있어요. 이모저모 곤두서셨는데요. 느지막이 장가가는 동생이나, 지켜보는 엄마 마음이나 매한가지일 테죠. 덤덤하려 해도 생각 같지 않으신가 봅니다.


동생은 식장을 예약하고 웨딩 촬영까지, 느릿해요. 작년 언제부터 1년짼가. 10월에 날을 잡았고 지난 주말은 상견례가 있었어요. 결혼 준비할 많이 다투곤 한다지요. 세세하겐 몰라도 동생네도 그런가 봅니다. 기다랗게 식을 준비하려니 어지간할까요.


총각에서 유부남이 되는 과정이 녹록지 않아요. 무사히 식을 올리기만 바라는 엄마 마음이세요. 우당퉁탕 대는 모습에 속이 타들어가신다고요. 잠을 못 주무시는데 속도 안좋다십니다. 한참 듣다 제가 말했어요.


"깨지면 깨지는 거지 뭘, "

"얘는 무슨!"


식이 대순가요. 실제 결혼생활엔 넘어야 할 산이 더 많지요. 혼자 걷던 길에 누군가와 다리를 묶고 걸으려니 삐그덕 대는 게 당연합니다. 아이가 생기면 더 많이 묶일 테고요. 신나게 달리고 싶어도, 때로는 좀 드러눕고 싶어도 같이 걸어야 해요. 뜻하지 않게 상대로 인해 멈춰야 할지도요.


목적지가 있는 양 답답해 하지만 실은, 과정 그 자체가 인생이지요. 최종 여행지발이 닿는 여행의 목적이 아니잖아요. 내내 돌고 도는 시간이 여행의 전부입니다.


엄마가 뱃속 깊이 들고 있는 결혼에 대한 관념을 함께 들여다보았어요. 나이가 들면 결혼해야 한다고 누가 말하던가요. 정답이 있다고 누가 정한 걸까요.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신다고요. 설사 결혼이 깨지든, 이어가건 어떤 게 더 좋은 일인지 알 수 있나요. 남들 보기 좋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 삶이 중요하지요.


타인의 인생을 이래라, 저래라 함부로 말할 수 없어요. '이 결혼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해!'하고 매달릴 필요도 없고요. 마음은 내고, 아니면 울어야지요. 같이 울어드릴게요. 세상이 기준이 아니라 그대가 기준입니다. 오늘 밤, 금요라방에서 얼굴 볼 수 있을까요? 즐거운 금요일 되시길.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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