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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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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Jul 19. 2024

올해의 키워드가 있으신가요?

아침편지

좋은 아침이에요. 꿈결에 웃는 아이를 보았어요. 꼭 그대와 닮은 미소였어요. 잘 잤나요? 가볍게 입꼬리를 올리는 아침이시면 좋겠네요.


어떻든 우리 오늘을 살고, 그럭저럭 하늘에 조명이 켜져서요. 반가운 오늘이 저 혼자만은 아닌가 봅니다. 새해가 밝았던 캄캄한 겨울에 올해 슬로건을 정했더랬어요. 그냥 살면 됐지, 키워드까지 잡은 건 내게 묻고 또 묻는 새벽을 보내며 바라는 게 무언지 선명해진 까닭이에요.


그때 편지를 보셨더라도 가물가물하실 텐데요. 2024년 슬로건은 '정리'입니다. 사물에만 해당하지 않아요. 사람과의 정리를 포함해요. 손이 닿지 않아도 소유하고 있는 것들을 버리고 비우는 일도 물론이지요.


커다란 주제를 잡았더래도 매일을 살기 바쁩니다. 얼마간 돈을 벌어야 하고, 밥을 지어야 해요. 아이들과의 시간이 소중합니다. 나와의 데이트도 챙기고요. 책을 읽을 시간이 먼저예요. 


재밌는 건 틈이 나면 정리를 한다는 겁니다. 취미와 특기 어디 하나에도 없는 정리를, 자꾸만 하고 있어요. 해도 해도 끝이 없지만 제법입니다. 사람도 사물도 꽤나 정리해 가는 모습이에요.


간결하게 살리라는 바람이 은근히 저를 밀어서요. 조금은 멀게 이사한 것도 그래요. 아무 생각 없이 결정한 것 같지만 돌아보면 '정리하리라'는 목적에 부합해요.


살며 쌓은 관념이 많아요. 뭉친 근육이 많을수록 스트레칭 시간은 길어집니다. 불편하고 아픈 자리에 한참을 머물러야 조금씩 풀리는 식인데요. 그냥 살아도 되지 않나, 할 수 있어요. 실제로 모른척하고 살 수 있더라고요. 단지 뭉치고 뭉치면 결국 부러지고 맙니다. 마음이든 몸이든 마찬가지예요.


무의식이나 마음 이야길 듣는 분 중에 간혹 '생각이 더 많아진다'라고 말하는 분이 있어요. 마치 뭉친 마음을 하나씩 발견하는 일과 같아요. 실은 이전에도 여전히 많았던 생각을 보지 못하다가, 이젠 좀 보이는 겁니다. 그렇게 '나'를 본다는 게 처음은 불편할 수 있어요.


우리는 생각이 없다거나, 많다고 말하지만요. 감정과 마찬가지로 그저 심장이 뛰는 것과 같아서요. 내가 하는 게 아닙니다. 오늘은 심장에게 더 많이 뛰라거나, 뛰지 말라고 말해도 소용없는 것처럼요.


불편한 마음을 자꾸 만나면, 그건 내가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있다는 뜻이에요. 반가운 소식이지요. 이제야 그 검은 눈을 자기 스스로에게 돌리기 시작한 거니까요.


어제는 종일 정리했어요. 목적을 다하는 하루였지요. 퍼붓는 비에 약속을 미뤄서요. 아침 문장 배달하고 반가운 얼굴 만나러 갑니다. 금요 라방이 있는 날이라고 방방대는 마음이에요. 시간이 열리면 들러주실 거죠? 움츠린 어깨 한 번 펴내시고 미소 지어주세요. 그대처럼 밝은 오늘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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