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아침 편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민혜 Jul 20. 2024

어른 이야기

아침편지

좋은 아침입니다! 눈에 익은 하늘이네요. 허옇고 멀개 조명을 켰어요. 잠은요? 어제 꿈은 아련하게 남았는데 선명하진 않아요. 


우중충해도 마음은 좋습니다. 새벽은 꿀 조금 물고 요가, 명상했어요. 근래 좀 피곤했는데 보조 식품을 먹지 않은지 두세 달 즘 됐더라고요. 비타민이든 뭐든요.

마흔이 닥쳐오니 좋은 걸 넣어주면 좋다 말하고, 나쁜 걸 넣으면 테가 나요. 몸만 그런가요. 좀 더 나에게 집중하는 힘이 생겼다고 말할까요. 20대면 멋모르고 나가던 자리도 이젠 거절이 쉽습니다.



"엄마, 언제 어른이 되는 거예요?" 


아이 말에 곰곰 생각에 잠겼어요. 스무 살을 어른이라고 말할까, 아이를 낳고야 어른일까, 말이죠. 지금 저라면 도통 어른이 아닌데요.


대한민국 사람을 줄 세웠다고 해볼까요.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나이'를 '중위연령'이라고 해요. 2024년 현재 46세가 중앙에 있습니다. 초고령 사회를 경고하는 지표이기도 하지만요. 한국에선 46세 밑으로 젊은이(?)로 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1990년대엔 중위연령이 27세에서 30세쯤이었어요. 그때엔 서른이 넘어가면 제법 나이를 먹었다고 본다는 뜻이에요. 실제 그래요. 서른이면 꽤나 어른으로 보았던 시깁니다.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는 이야길 하고 싶은 건데요. 제 말은, 몇 살이면 어른이라고 말하기가 어렵다는 거예요. 다가올 시대엔 점점 더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 같아요. 


금요 라방에서 잠시 '꼰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라떼는 말이지', 과거를 수시로 꺼내는 사람. '나'를 내세우고 드러내는 사람인데요. 어른을 떠올리면 지혜로운 모습도 있지만, 자기 자신을 내세우는 모습도 얼른 떠오릅니다. 구부러진 삶의 굴곡에서 받은 상처를 아로새긴 모습이지요. 스스로를 껴안지 못해 타인을 안을 수 없어요.


언젠가 어른이 된다면 누구라도 품을 수 있을 만큼 풍성하고 싶어요. 

(화내도 괜찮아, 미워해도 괜찮아, 울어도 괜찮아, 실패해도 괜찮아.)


매 순간 진실한 사람이고 싶어요. 전전긍긍하지 않고 목메지 않고요. 모르면 모른다 말하는, 못하면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이요. 


오늘은 왜 아닌가요. 기다릴 필요 없지요. 너른 품과 진실한 가슴으로 오늘을 만날게요. 애틋한 그대도 그러하면 좋겠어요. 서로 눈을 맞추고 진심을 다하는 오늘이기를.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올해의 키워드가 있으신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