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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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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Jul 22. 2024

나를 이끄는 것

아침편지

좋은 아침입니다. 유난스러운 새들 노래로 아침을 열어요. 한 줄 쓰고 창밖을 보니 바람에 잎이 어지럽고, 새들이 입을 꾹 다무네요. 하도 흔들어대서 자리를 옮긴 걸까요.


4시가 조금 넘어 깼어요. 처음으로 밤편지를 보내는 날이고요. 애정하는 친구가 먼 곳에서 오는 날입니다. 아이들 등교하고 문장 배달하면 금세 나가요. 마음이 바쁜 것도 맞지요. 시간을 조금 더 갖고 싶었어요.


새벽 시간을, 무엇보다 명상을 꾸준히 하고 싶다고 말하는 분이 있어요. 그러고는 하민혜란 사람이 의지가 강하다고 덧붙이는데요. 


난감합니다. 지금 혹시, 하고 싶다고 '믿고 있는' 것, 떠올려 보시겠어요. 메모하셔도 좋겠어요. 예를 들자면, '지금 다니는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 '글을 매일 쓰고 싶다.' '운동하고 싶다.' '여행 가고 싶다.' 등이 있겠죠. 인간관계에 대해라도 좋아요. 바라는 것을 생각해 보세요.


자, 거기에 덧붙입니다.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 이유는 '내가' 그만두고 싶지 않아서다. 글을 매일 쓰지 않는 이유는 '내가' 쓰고 싶지 않아서다. 저 사람과 헤어지지 않는 이유는 '내가' 헤어지고 싶지 않은 거다.


매일 마음을 비우면서, 가볍게 산다는 게 뭔지 알았어요. 먼저 행동에 핑계가 없습니다. 남 탓을 하지 않아요. 내 삶을 스스로 결정해 왔고, 선택하고,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걸 선언해요.


의지가 약해 새벽에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에요. 나 스스로 설득이 안된 겁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명상도 마찬가지죠. 운동이든 뭐든 내가 하고 싶어야 해요.


간혹, 하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해내는 분이 있어요. 어려서 부모님께 강압과 통제를 받으며 그걸 '사랑'이라고 배웠다면 쉬워요. 내가 나를 조절하고 통제할 때, 약간 뿌듯한 거죠. 왜냐면 내가 나를 사랑하는 '기분'이 드니까요. 다시 말해, 이조차 내가 선택한 겁니다. 억압을 좋아할 수 있어요.


한데, 강압적으로 사람을 다루면 어떻게 될까요? 어긋나고 부러지죠. 관계는 너덜너덜해 지고요. 나와의 관계도 마찬가지예요.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는 것처럼, 우리는 '나'를 이길 수 없어요. '나'는 결국 내가 원하는 대로 합니다. 의지라면 '이성'을 말할 텐데, 이성은 힘이 약해요. 감정이 말과 행동을 움직여요. 여기서 감정이란 조종하거나 통제할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해요.


말하고 싶은 건요. 만일 지금 내가 살아가는 모양을 '설명'하고 있다면, 나의 시선이 타인에게 가 있다는 거예요. 나의 행동을 두고, 의지를 운운하며 합리화하는 거죠. 내 삶은 변명이 되고 남 탓이 돼버려요.


지금 내가 하는 일이든 게으름이든, 오늘 나의 하루는 온전히 나의 선택임을 알아야 해요.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한다는 걸 깨닫는 거죠. 다른 이유는 없어요.


자꾸만 나를 다그치기보단, '하고 싶지 않구나'를 먼저 인정해 주세요. 우리는 모두 자기 삶의 주인이에요. 기준을 나에게 두면 누구에게든 설명할 이유가 없어요. 하고 싶은 일도 없습니다. 이미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있으니까요. 정말로 바라는 게 있으면 '그냥' 하게 됩니다.


명령 하나면 OK입니다. 주문만 하세요 주인님. 월요팅이에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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