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났다

오랜 친구

by 하민혜

오랜 친구를 만났다.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유야 있으련만 설명이 필요 없다는 게 진실이다. 엄마는 어릴 때 도대체 00 이가 왜 그렇게 좋은지를 물으셨었다. 곰곰 생각하고 대답했던 기억이다. 예쁘다, 착하다, 뻔한 대답이었는데 말하면 말할수록 구차한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그냥' 좋은 게 맞다.


중학교에서 처음 만났다. 자그마치 25년을 지나온건가. 쏜살같다는 표현을 여기 쓰는 거다. 우리는 이제 새치를 말하고 주름을 말한다. 다른 몸의 증상에 더해 아이들 이야기가 탁자 위에 올랐다. 나는 여전한 그녀의 눈을 바라보다 괜히 코끝이 시큰했다. 그녀가 살은 세월이, 아픔이 세세하게 느껴졌을까.


겉에 묻은 대화와 달리 서로를 안아주는 기분이 든다. 공감한다. 격려한다. 눈빛만으로 연결감을 느끼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일까. 나는 그녀에 비해 턱없이 배려가 모자란 사람이다. 정말이지 뜨듯하다 차기가 양은 냄비에 가까울 지경이다. 대체로 은은하게 따듯한 그녀라면, 반해 나는 무심하고 뚝뚝한 사람이다.


어려서 아기자기한 그녀를 보며 참 많이 부러웠다. 동그란 두 눈과 작은 얼굴, 그리고 그보다 더 작은 손이라던지. 키마저 더 커버린 나는 그녀 옆이면 어쩐지 든든한 남자 역할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마음은 누구보다 진심이지만 표현이 모자란 그런 남자 말이다.


친구는 남편의 부족한 위로를 말했고 나는 뜨끔했다. 나 역시 그 부분이 늘 미안했던 까닭이다. 아픈데 아프다 말할 줄 모르는 건 스스로의 아픔을 모른척하길 잘한다는 뜻이다. 나 자신에게만 그럴까. 타인에게도 마찬가지다. 나는 무심하다. 심지어 무관심할 적이 많다. 마음은 아픈데 선뜻 손을 내미질 못한다. 뒤돌아 눈물짓고 앞에선 잠자코 있는 셈이다. 나도 이런 내가 달갑지 않다.


카페에서 나와 청계산 입구를 거닐었다. 한없이 이 시간이 소중하다. 뭉클한 마음에 괜히 자꾸만 고개를 돌렸다.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그녀의 인생살이가 애틋하다. 함께 늙어가고 있음이 다행이면서도 언젠가 끝이 다다를까, 싶어 가슴이 아려온다. 부디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날 수 있길, 조용히 기도한다.


헤어지는 길이 아쉬워 몇 번 뱅이 돌 듯했다. 가는 뒷모습에 대고 크게 친구 이름을 불렀다. 손을 흔들고 돌아서는 우리가 못내 서운하다. 그녀와 나는 아마 각자의 삶을 다시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운전대를 잡는데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음악을 듣거나 좋아하는 강연을 틀 수도 있지만 수선스러운 마음에 그대로 머무르기로 했다. 조용히 앞을 보고 가는데 다시 비가 내리나, 눈앞이 흐려졌다. 사랑은 마냥 기쁨만은 아니다. 관심을 두면 상대의 아픔과 슬픔을 역력히 느끼고 만다. 잠시 이대로 울게 뒀다. 사실 왜 우는지도 모른다. 애틋한 마음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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