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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생일이로구나

아침편지

by 하민혜

좋은 아침이에요. Bill evans 재즈를 듣고 있어요. 명상을 몰랐던 때에도 아침부터 서두르기는 싫었어요. 워낙 느린 성격이라서요. 최소 30분이라도 일찍 일어나 천천히 움직이길 좋아했어요. 무엇보다 여유를 좋아하고 보니 많은 걸 포기해야 했는데요.


일찍 일어나려면 우선 야식이나 밤 중 소설 읽기, 유튜브든 드라마를 시청하는 재미 등을 포기해야 해요. 아이 둘을 연달아 낳아선지 시작은 어렵지 않았어요. 취미 생활은 이미 물 건너 간 상황이었으니까요.


둘째 생일입니다. 맞아요. 이렇게 더운 날이었어요. 겨울에 낳았던 딸이 워낙 큰 데다(4.3kg) 2일을 넘게 시도했지만 실패해서요. 둘째는 크든 작든 수술해야 한다고 했어요. 연년생이라 더했지요.


무엇이 '된다', '안된다'는 말을 믿지 않아요. 논리가 탄탄하고 절대적이면 모를까, 사실 100%라는 게 있을 수 있나요. 절대적인 것은 절대적인 게 없다는 진실뿐이죠.


둘째도 작지 않았지만(3.8kg) 될 것 같아서요. 일명 '브이백'이라고, 수술한 산모가 다음은 자연 분만하는 경우입니다. 브이백이 가능한 병원을 찾고 보니 동네엔 없더라고요. 1시간 거리에 있는 분당 00 산부인과를 찾아냈습니다.


첫 번째 출산에선 골반이 작네, 어쩌네, 고집부릴 거면 집에서 낳으라고 혼쭐이 났어요. 의사 덕분에 산모는 수술대에 누웠지만요. 둘째는 어렵지 않게 자연 분만했어요.


합심해서 세상에 나와준 아이는 구석구석 저를 닮았어요. 귀 모양, 손가락, 팔다리, 눈썹과 눈매가 그래요. 15개월 동안 모유수유를 했어요.


아기 둘 기저귀를 갈고 번갈아 젖을 물리며 시간이 흘러갔지요. 그때만큼 아름답던 시절이 또 있을까요. 마침 새끼 고양이가 태어나서요. 루나와 아깽이들 모습에 뭉클합니다.


품 안의 자식이란 말이 있지요. 절로 혼자 큰 줄 알아요. (제가 바로 그런 딸이에요.ㅎㅎ) 엄마에게 안부 전화를 드려야겠어요.


보글보글, 미역국이 끓고 있어요. 집안에 고소하고 뜨듯한 냄새가 가득입니다. 생일을 맞은 윤우만큼 소중하고 애틋한 그대에게 응원을 보내요. 화요팅!!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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