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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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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Aug 19. 2024

내가 구슬이라면

아침편지

좋은 아침입니다! 개학 날이에요. 아이들과 부지런히 계획을 세웠지요.


새벽 요가하다 유리통에 담긴 구슬과 눈이 마주쳤어요. 톡, 한 번 쳐봤습니다. 구슬이 구르다 벽에 부딪히는데요. 그 구슬이 '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리 세게 굴러도, 빠르게 달려도 나아갈 수 없는 겁니다. 투명한 벽이라니 뭐가 문제인지 보이지도 않는 거예요. 


투명해 세상이 보인들 체험할 수 없지요. 내 그릇 안에서 뱅글뱅글 나뒹굴 뿐입니다. 그릇을 깨지 않고는, 밖으로 나오지 않고야 힘만 들겠지요.


자기 전에 얼굴 하나가 떠올랐어요. 제 덕에 값나가는 외제차 한 대를 뽑았다는 사람인데요. 같이 회사에 다녔어요. 다른 동료 하나가 몰래 저를 불러 말했어요.


"그 사람이 소장한테 뭐라도 해줬지?"


맛있는 식사를 이야기하나 싶은데 아니었어요. 동료는 명품 가방을 최소 몇 개는 받아야 한다 말했지요.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에요. 그때 그 사람은 상사였고요. 돈을 벌은 줄은 알지만, 사실 그만큼 번 줄은 몰랐습니다. 알았다 해도 뜯어낼 마음은 없었고요. 수더분하게 속을 터놓았더라면,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질지 모르겠네요.


곰곰 생각해 보면 이용을 당한 점도 없지 않아요. 동료가 일러바친 건 명품 가방만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래, 내가 이용당할만하구나. 생각했지요. 돈을 떼어간 친구에게도 같은 마음인데요. 그때 네게 줄만한 돈이 있었으니 다행이다고 여겼어요. 


피해를 준 사람과 받은 사람. 암만 봐도 피해 준 사람이 별로예요.


몸 마음을 제일 힘들게 하는 건 죄책감이니까요. 너에겐 내가 쓸모가 있었구나, 여기면 속 편합니다. 솔직히 말해 우리, '역할'에 집착하잖아요. 나의 역할, 너의 역할이요. 계산적이라고 미워할 필요 없는 같아요. 나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요?


미움보단 나의 그릇을 실감해요. 유리통을 부술 방법을 강구합니다. 아침엔 요가원에 다녀올게요. 체육인 라이터로서 앞장서야죠. 몸 마음 살피는 월요일 되시길!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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