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좋은 아침입니다! 개학 날이에요. 아이들과 부지런히 계획을 세웠지요.
새벽 요가하다 유리통에 담긴 구슬과 눈이 마주쳤어요. 톡, 한 번 쳐봤습니다. 구슬이 구르다 벽에 부딪히는데요. 그 구슬이 '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리 세게 굴러도, 빠르게 달려도 나아갈 수 없는 겁니다. 투명한 벽이라니 뭐가 문제인지 보이지도 않는 거예요.
투명해 세상이 보인들 체험할 수 없지요. 내 그릇 안에서 뱅글뱅글 나뒹굴 뿐입니다. 그릇을 깨지 않고는, 밖으로 나오지 않고야 힘만 들겠지요.
자기 전에 얼굴 하나가 떠올랐어요. 제 덕에 값나가는 외제차 한 대를 뽑았다는 사람인데요. 같이 회사에 다녔어요. 다른 동료 하나가 몰래 저를 불러 말했어요.
"그 사람이 소장한테 뭐라도 해줬지?"
맛있는 식사를 이야기하나 싶은데 아니었어요. 동료는 명품 가방을 최소 몇 개는 받아야 한다 말했지요.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에요. 그때 그 사람은 상사였고요. 돈을 벌은 줄은 알지만, 사실 그만큼 번 줄은 몰랐습니다. 알았다 해도 뜯어낼 마음은 없었고요. 수더분하게 속을 터놓았더라면,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질지 모르겠네요.
곰곰 생각해 보면 이용을 당한 점도 없지 않아요. 동료가 일러바친 건 명품 가방만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래, 내가 이용당할만하구나. 생각했지요. 제 돈을 떼어간 친구에게도 같은 마음인데요. 그때 네게 줄만한 돈이 있었으니 다행이다고 여겼어요.
피해를 준 사람과 받은 사람. 암만 봐도 피해 준 사람이 별로예요.
몸 마음을 제일 힘들게 하는 건 죄책감이니까요. 너에겐 내가 쓸모가 있었구나, 여기면 속 편합니다. 솔직히 말해 우리, '역할'에 집착하잖아요. 나의 역할, 너의 역할이요. 계산적이라고 미워할 필요 없는 것 같아요. 나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요?
미움보단 나의 그릇을 실감해요. 유리통을 부술 방법을 강구합니다. 아침엔 요가원에 다녀올게요. 체육인 라이터로서 앞장서야죠. 몸 마음 살피는 월요일 되시길!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